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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관련 도서, 에세이] 원주, 미자리

강다방 2022. 4. 28. 15:44

 

 

 

 

독립출판물, 강원도 관련 책

원주, 미자리

 


강원도에서 원을 담당했던 도시. 혁신 도시로 떡상해(?) 춘원강(1995년 도농통합 당시 인구 20만의 강원도 3대 도시 춘천, 원주, 강릉) 중 유일하게 인구 35만 명이 된 도시. 원주는 보통 사람들에게 뭐라 할 것도 없는 애매한 도시이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원주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제목 : 원주

저자 : 미자리

펴낸곳 : 321북스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200쪽
크기 : 125x182mm
가격 : 15,000원

발행일 : 2020년 10월 5일
ISBN : -

 

 

작가 미자리, 출판사 321북스

https://www.instagram.com/321_books/

 

 

 

 

 

원주는 내게 뭐라 할 것도 없는 도시다. 사실 도시라고 하는 것도 뭔가 조금 어색하다. 한 블로거가 원주를 '도시 반 시골 반'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럴듯한 표 현이다. 누군가는 원주가 어설프게 발전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 원주는 한참 발전할 것 같아 보이면서도 다시 들여다보면 발전하기를 멈춘 것 같은 정말 나도 모르겠는 도시다. 원주에 뭐가 있느냐고 물으면, 모르겠다. 원주에 뭐가 있는지. 뭐가 있긴 있는데 그게 기대에 걸맞는 '있음'인지도 모르겠고, 그만큼 내게 원주는 무색무취의 도시다.

 

 

 

 

 

 


치악산

 

치악산도 있다. 원주에서 왔다고 하면 치악산 얘기도 종종 듣는다. 상주하면 곶감, 문경하면 문경새재, 경주하면 불국사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다들 뇌의 어디쯤엔가 자리한 해당 지역 카테고리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해당 지역민들의 반응을 안다. 하하.. 혹은 예.. 맞습니다.. 하는,

 

나와 치악산과의 인연은 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구룡 사까지이거나 아니면 구룡사에서 20, 30분쯤 더 올라 가는 정도다. 예나 지금이나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올라 갈 의사가 없다.

 

치악산 엉킨 정기 우산에 뭉쳤으니...

 

내가 나온 우산초등학교 교가는 이렇게 시작하는데,

 

 

 

 

 

 

 

원주 출신

대학에 다닐 때 내가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고 하면 과 혹은 동아리 선배들은 감자, 고구마 아니면 자신이 나온 군부대 얘기(그래서인지 구린 이미지들로 꽉 차있던)를 했다. 난 그냥 대꾸 없이 듣고 있을 뿐이었다.

 

 

 

 

 

원주의 맛집

과연 원주의 택시 기사들은 타지에서 온 승객이 '원주는 뭐가 맛있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불타는 애향심에 (시에서 향토 음식으로 정한) 뽕잎밥, 치악산복숭아불고리를 대진 않겠지. 강릉 택시 기사에게 횟집을 추천해달라는 질문만큼 난감할 게 뻔하다(뭔가 상반되는 난감한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나만큼은 이 질문에 곤란해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나는 한동안 이 지역의 맛집 프로그램을 제작했기 때문에...

원주의 맛집 프로라니, 고민이 많았다. 맛집이라면 식당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선 곳이어야 하나? 혹은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하지 않으면 못 들어가는

 

 

 

 


다음에서 말하는 원주사람은 그냥 저입니다. 그렇다고 원주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고, 그저 원주에 살고 있는 1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주사람은 뭘 먹으러 여기저기 다닙니다.
다른 이유는 없이, 그저 뭘 먹으러 이동합니다.
원주사람은 고추장삼겹살을 먹으러 홍천에 갑니다.
원주사람은 곱창을 먹으러 횡성에 갑니다.
원주사람은 점심 때만 판다는 갈비탕을 먹기 위해 상주도 갑니다.
원주사람은 기차를 타고 영월에 갔다가 다슬기해장국을 먹고 다시 기차를 탑니다.
원주사람은 운전 연습을 한다고 안동까지 갔다가 고등어를 사고, 유명한 빵집도 들렀다가 옵니다.
원주사람은 독립예술영화를 보러 원주영상미디어센서 내 모두 극장에 갑니다. 영화 관람료가 5천 원입니다. 쿠폰의 도장을 채우면 4천 원에도 보고요.

 

 

 

 

 

매콤까지 해야 하는 떡꼬치,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하니 적당히 매우면서 그렇다고 알싸함을 놓쳐선 안 되는 떡볶이, 빨간 것보다는 수요가 적어 주문을 받으면 작은 팬을 꺼내 그 자리에서 조리를 시작하는(단돈 천 원 어치를 시켜도!) 짜장 떡볶이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집이다. (단, 요즘엔 어딜 가도 피카츄 하나를 다 먹기 버겁다. 더이상 피카츄한테 잡내가 안 났으면...) 시뻘건 것들 사이에서 위가 놀라지 않게 겉은 바삭한데 몇 번 씹으면 사르르 없어 지는 감자볼도 필수로 시켜야 한다. 이렇게 늘어놓고 먹 으면 옆자리 초등학생들의 “우와!" 하는 리액션도 받고, 그들과의 스몰토크도 가능하다(물론 그들이 원할 때에만).

이곳에서 분식 편을 찍었고, 출연자들을 방과 후 학 교 앞 분식집을 찾은 초등학생으로 변신시켰고, 망작(?) 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회사에서 택시를 타고 혹은 한 시간을 걸어서도 떡볶일 먹으러 갔었는데, 사장님께 방송 파일을 드린 이후론 선뜻 못 가겠다. 앞에 늘어 ‘만나떡볶이’ 예찬은 어쩌면 그리움과 괴로움이 섞여...

 

 

 

 

기사는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아 버스를 잘못 탔으면 말을 하지 왜..."
"이곳은 제가 원주에 살아도 정말 올 일이 없을 곳인걸요.(그러니 한번 와 봤죠.)"하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기사를 더 어이없게 만들 것이다.
기사는 버스를 세워 놓고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웠다.
정말이지 이곳은 승용차를 타고도, 자전거를 타고도, 걸어서도 못 온다.
오직 이 83번 버스만이 날 데려다 줄 수 있다.

버스는 20분 후에 출발한다고 했다. 기사는 내게 하루에 네 대 밖에 안 들어오는 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기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지금은 가을. 색색의 나무들을 보며 정말근사한 떄라고 생각했다.

 

 

 

 

 

유독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는 나의 우산동

나의 우산동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터미널의 이전으로 한 번 죽었고,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또 죽을 예정이다. 첫 번쨰로 우산동이 죽었을 때는 터미널이 이전하고 나서다.

 

 

 

 

 

마무리

내가 원주에 계속 혹은 오래 머무를 이상, 이 도시에 만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단 걸 안다. 그래서 곳곳에 있는 재미있는 것들을 보려 하고, 예쁜 것들을 찾아내려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쉬운 것이 많은 도시다. 살면서 겪는 불편한 것들은 민원을 넣거나 신고를 하면 되지만 겪지 못하는 것들(특히 문화적으로)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원주에 애정이 생기길 기다리는 중이다. 어쩌면 이미 원주와 사랑에 빠졌던 걸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과정 중에 너무 많은 걸 봐 버려서 그냥 죽지 못해 사는 관계로 전락한 걸 수도(마치 가족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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