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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망하려고 만든 게 아닌데, 송하슬아

강다방 2022. 5. 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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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망하려고 만든 게 아닌데, 송하슬아


을지로 갬성 넘치는 ENFP의 직장과 일상 생활 에세이. 책 표지와 본문에 오기와 분투, 부담 등의 단어가 많이 나오지만, 편안하고 부담 없다. 책 중간중간에 귀여움 터지는 그림들도 등장한다. 꿈만 꾸며 사는 것보다는 것 보다 망하더라도 뭔가 해보는게 나은게 아닐까, 이렇게만 살아도 잘 사는게 아닐까 생각 들게 하는 책.



제목 : 망하려고 만든 게 아닌데
저자 : 송하슬아
펴낸곳 : 커넥티드코리아 - 커넥티드북스토어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212쪽
크기 : 128x182mm
가격 : 13,000원
발행일 : 2022년 2월 7일
ISBN : 979-11-976437-8-1 [03800]



작가 송하슬아
글 쓰느라 야근하고 글 때문에 깨지고
글 쓰면서 마음이 풀어지고
글 때문에 행복해지고 싶어서

https://www.instagram.com/hhhssa.song/
https://www.instagram.com/pixie.ashley_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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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망하려고 만든 게 아닌데 : 강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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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을 구워 삶을 때 남긴
오기와 분투의 에세이

망하려고 만든 게 아닌데, 송하슬아




이 책은 스스로 일벌이는 사람이 고군분투하면서
부담감을 구웟람는 생활형 에피소드입니다.
시작을 앞둔 분이나, 스스로 무덤을 파고 허우적
거리는 사회생활 N년차 일개미들께 추천합니다.

2022. 4
송하슬아 드림



4 | 책을 펴내며
★☆☆☆☆
오늘도 밝게 버텼지만 줄지 않는 부담감

12 ... 불안이라는 바디필로우를 안고
16 ... 여름의 왕국 엘사
20 ... 좌충우돌 일 폭탄 돌리기
27 ... 금요일 오후의 들뜬 엉덩이
31 ... 몹시 비둘기스러운 날
36 ... 내적 초조함 3중주 악보 1악장
39. 떳떳하지 못한 전체 공개
43 ... 10분의 버스 롤러코스터
47 ... 5월 5일은 거리 두는 날
52 ... 싹둑 잘려 나간 이해심
56 ... 중년 오디션을 기다리는 이유
60 ... 단상 1
61 ... 단상 2




★★☆☆☆
힘주며 살았더니 망가지는 건 나

64 ... 겨울 바다에서 목욕하기
67 ... 인생의 오목렌즈 벗기
72 ... 호기심 라디오의 주파수 이 분의 일
76 ... 치약과 나눈 은밀한 대화
80 ... 준비만 완벽했던 도망기
85 ... 너는 왜 그걸 싫어해?
89 ... 속 좁은 유부초밥
94 ... 어차피 부치지 못할 편지
97 ... 너무 이른 전성기
102 ... 오징어의 자신감
106 ... 단상 3
107 ... 단상 4
108 ... 단상 5
109 ... 단상 6




★★★☆☆
망할 순 있어도 잃어버리지 않는 것 10

112 ... 할무니의 인생 조각
117 ... 막내 보호자
122 ... 한입만
126 ... 짱구 유리병
132 ... 도끼와 칼은 B급 사랑이야
136 ... 내 머릿속 게으른 망각 일꾼
140 ... 일방적 과거 청산
144 ... 잡념은 방수 재질
148 ... 해장하는 사람들과 나
153 ...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따뜻한 어른들
157 ... 울라프가 미소 짓는 금천 시베리아
161 ... 교장실로 불려 간 전학생
165 ... 단상 7
166 ... 단상 8




★★★★☆
꿈만 꾸는 것보다 망해도 된다는 결론

170 ... 을지로 123
176 ... 평행이론: 취기, 펜, 스물아홉
181 ... 얇은 지갑과 정신력
186 ... 요란한 10대와 바바리맨
190 ... 불도저의 술김 반 호기심 반
194 ... 잔소리 들어서 손해볼 것 없었다.
201 ... 회복 선언: 일상 듣아보기
205 ... 단상 9
206 ... 단상 10
207 ... 단상 11

208 | 책을 마치며
210 | 후원자 명단


 



이별을 먼저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에 활명수를 들이켠 것처럼 묵힌 체증이 내려가는 시원함이 있다. 면담은 마음이 이미 닫힌 자와, 가능성의 불씨를 찾는 자와의 협상 같다. 퇴사 결정에 양보나 보류는 없었다. 마지막 남은 체력을 끌어모아 인수인계서를 정리했고, 사직서를 기안으로 올렸다. 끝!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퇴근 3분 전! 동료가 보낸 쪽지를 열었다.

“대리님, 퇴사하시는군요. 퇴사 기안이 우리 팀 전원에게 공유됐어요. 대표님께 올린 결재를 제가 지금 보고 있어요...”

“네????? 전체 공개가 된 거예요? 그래서는 절대 안 되는데”

10명 팀원의 앞으로 결재 서류를 등록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사직서는 주로 상사와 주요 결재자에게만 전달하면 되는데 평소 업무 하던 대로 진행한 탓이다. 미리 귀띔하지 못한 친한 동료들과 말 한번 건넨 적 없는 동료 앞까지 모두에게, 퇴사를 보고하는 사직서가 전달됐다. 수습할 수 없는 결제 문서에 대해 상사에게 상황을 알리고 퇴근 하는 데 상기된 얼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웃음과 부끄러움이 교차했다.

(뻔뻔한 나) '어차피 나가서 안 볼 사람들인데 부끄러리 있어? 그냥 무시하면 그만!'




(부끄러운 나) 친한 동료들에게 직접 전하고 싶었는데 팀 분위기 술렁거리겠다. 아 망했다.

다음 날, 누구에게는 내가 귀여운 반항아가 됐고, 누구에게는 한 번쯤 따라 해 보고 싶은 롤모델이 됐다. 회사를 향해 복수의 한 방 날린 것 같다는 관전평과 용기 있다는 말을 전해 들으며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그런 실수는 막내가 하면 귀여울 일인데... 그래도 일거리를 받지 않아도 되니까 조금씩 홀가분해졌다.

안녕히 계세요. 어쨌든 저는 떠날 사람~ 이곳에서의 업무 굴레와 가면을 벗어 던지고 저는 멀리 떠납니다~~~





겨울 바다에서 목욕하기

어떤 날은 마음속에서 열불이 날 때가 있다. 몸 속 답답함을 끌어모아 한숨을 내뱉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대개 공허함보다는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벅찬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연말에 다다르면 더 이상 그것을 끌어안을 수 없다는 생각이 커진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이미 다양하다. 운동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일기도 쓰며 정신을 환기한다. 뭐니 뭐니 해도 겨울 바다만큼 한 방의 해결책이 없다. 매년 겨울이 되면 바다로 도망친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바다가 눈 앞에 있다. 부드러운 모래 사장에 발이 닿으면 지난봄부터 쌓아온 스트레스들이 내 발아래서 질척거리는 것 같다.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발가락에 더욱 힘을 주어 바다에게 다가간다. 바다와 마주 선다. 두 광대가 시리다. 겨울 바다의 가장 큰 매력은 매서운 칼바람이다. 바람에 두 뺨을 내어준다. 맞고 가만히 서 있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내 마음속 찌꺼기를 꺼내는 상상을 한다. 파도 분쇄기에 천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매서운 추위에도 기꺼이 찾는 이유는 바다가 마음속에 꽉 찬 찌꺼기를 비울 최적의 장소라서. 파도에 가서 깨끗이 씻는다. 파도 소리로 귀를 청소하고 목젖까지 짠 내로 소독한다. 바다에서 마음 목욕을 즐긴다.

푸른빛 바다가 좋다. 한 번도 같은 적 없는 물결을 쳐다보며 바다에게 인생을 배운다. 쉼없이 부딪히고 부서져도 파도는 꾸준하게 제 할 일을 한다. 바다와 같이 성실함을 닮고 싶다. 바다는 깊어질 수록 오히려 잔잔해진다. 바다와 같이 넓고 큰 사람이 되어서 매사에 발버둥 치는 사람 말고 여유 있고 깊은 이해심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파도에 스트레스를 던져버리고, 넓은 바다를 닮아가겠다는 고백을 마치면 눈이 부셔온다. 목욕재계한 마음에 반짝 윤슬이 비추는데, 마음에 희망 같은 것이 채워지고 바다가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돌아오는 새해를 또 잘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다로부터 다시 한 해를 살아갈 용기를 다시 얻는다. 비로소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단골 복장은 밝은 셔츠와 검정 재킷,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 가끔 안양천을 따라 쭉 걸어서 집에 들어가곤 한다. 익숙한 그곳에서 어두운 감정을 비우고, 피로해진 두 눈에는 녹색의 편안함을 채워준다. 크게 다르지 않은 매일의 일상 속에서 익숙하게 그렇게 살아간다.

(애매하게) 아는 것이 더 많아지는 나이인 30대가 되니 세상을 향한 레이더 신호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궁금한 것이 별로 없다. 가끔은 지지직- 버벅거리기도 한다. 호기심의 신호가 감지될 때는 조금 더 안전한 선택지를 고민한다. 돌다리를 여러 개 두고 한참을 비교한다. 잃을 것이 크다면 빠른 포기도 마다한다. 게다가 선택의 순간마다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으로 나를 더 좋게 가꿀 수 있는데, 타인과 비교해 나의 부족한 점이 더 신경 쓰이고 어떻게든 평균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선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 결과, 자아를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

서른 즈음엔 더 나아진 모습일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애매한 상태 같다. 여전히 부족하다. 다른 길로 우회하기에는 너무 깊숙이 걸어온 게 아닌가 싶고, 그대로 걸어가려 하니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먼저 30세를 맞은 인생 선배를 찾아가 물어봤지만 정작 서로의 연실과 얕은 한탄으로 술잔을 바쁘게 비울 뿐이었다. 바쁘다고 서로 소원해진 관계도 많아서 진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선배도 별로 없다. 20대에는 제멋대로 살고 싶은 청춘들에게 이건 하지




망할 순 있어도
잃어버리지 않는 것


 



연말 모임을 끝내고 돌아온 아빠는 포도주 만큼 붉은 얼국이 됐다. 그날은 민들레 가사를 50번쯤 부르는 날이다. 아빠가 비틀거리거나 양말을 벗다가 쿵 하고 넘어질 뻔할 때도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아빠의 민들레 소리가 조금씩 작아진다. 아빠 상태가 걱정되어 화장실 문에 귀를 가까이 대면 웩웩 소리가 들렸다. 제발 술 좀 끊으라는 잔소리와 막말 시위를 서슴지 않았고 아빠는 폭음을 멈추셨다.

혹시 아무 죄 없는 '그때 그 사람들'에게 악담을 퍼부어서 그 저주에 걸린 것일까? 그들을 닮고 싶지 않다던 나는 '그때 그 사람들' 처럼 이제 술을 곁에 두고 산다. 술의 맛을 즐기고 있다.

“엄마 아빠, 집에 와인 가져갑니다. 다 같이 한 잔씩 어때요?"
“오늘은 맥주 사러 편의점 들렀다 갑니다.”
"오빠, 맥주 하나만 주라. 내가 꼭 갚을게(는 뻥)”

'그때 그 사람들'이나 다를 게 없는 사람이 됐다.

심지어 그들이 왜 술을 찾게 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날 회사에서 화가 났더라도 참았을 수도 있다. 그 감정을 가족들에게 티 내고 싶지 않아 술로 씻으려 한 것은 아닐지, 하루를 잘 버텼던 자신에게 달큼한 안주로 소소한 사치를 부린 날이 아니었을지.

피곤한 그 날에도 술잔을 든 이유를 어림짐작하면서 '그때 그 사람들'의 비틀거리는 뒷모습이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었 몰랐다. '그때 그 사람들'의 숙취도 대개 비슷하지 않을까?




침착하게 대처하는 의사와 달리 나는 당황스러워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허리가 불타는 느낌이 드는 데도 '네네 안 아파요. 괜찮아요'를 반복했다. 노란 옷 속으로 등에 시뻘건 피와 시퍼런 멍이 퍼졌다고 했다.

퀵 아저씨는 꼬깃거리는 만 원짜리 다섯 장과 축축한 명함을 쥐여주며 '나 도망갈 사람 아니니 아프면 꼭 다시 연락하라' 고 허둥지둥 떠났다. 나는 퀵 아저씨가 허리 치료 값으로 쥐여 준 현금으로 택시를 탔다. 허리 통증 때문에 편히 기댈 수 없었다. 그날따라 사람들 발에 깔린 낙엽들이 아파하는 것 같았다.

그날은 어른들에 둘러싸여 말 한마디 못 했지만, 억울하지도 않았고 외롭지도 않았고, 따갑지만 따뜻했다. 좋은 어른들이 옆에서 나를 지켜준 그 날의 날씨는 을씨년스러운 날이었는 데 말이다.




정도 체력이면 네가 참 잘할 것 같다.”

수영부 만들기는 대실패였다. 그 대신 한참 단순한 나는, 학교 가 된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장롱에 있던 수영부 추리닝을 꺼내 출넘기용으로 입었다. 운동에는 매우 진지했다. 나의 싸구려 추리닝 바지는 줄을 넘을 때마다 사그락사그락 하는 소리를 내어 리듬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 후로 단체 줄넘기이든 수영이든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목표가 있을 때 대담해지고 원하는 것은 확실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냥 지나칠 법한 <나도 한마디> 말풍선을 보고 담임과 체육 선생님 이 나를 위해 의논했을 시간과 교장님이 따스하게 말해 주시던 그때는 어른이 된 지금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수영으로 태우지 못한 전학생의 승부욕은 단체 줄넘기 팀에서 활활 불타올랐다. 그해 우리 학교는 단체 줄넘기 대회에서 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겉으로 보기에 내가 아무 발전 없이 제자리걸음을 걷는다고 생각될 때는 내면에서 단단한 뿌리가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자. 계속 걸어보자. 뭐든지 더 나아지는 중일 테니까.




<유명한 소설가의 후기>
"이 책 재미있어요?" vs "저는 재밌는지 모르겠어요."

〈맛집의 리뷰>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아요!" vs “맛집치곤 특별하진 않네요.”

<유명 콘퍼런스의 연사에 대해>
“일잘러니까 유명해진 거지” vs “실제로 일을 못 한다는 소문이 있어. 왜 유명한지...”

세상에는 다양한 시각이 있고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 기준은 상대적이고, 서 있는 곳에 따라 다른 걸 보게 된다. 그래서 기준은 세우기 나름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위치에 서면 내가 원하는 시각에 서서 바라볼 수 있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없으니까. 가끔은 나를 위해서 필요한 만큼 귀를 닫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그릇이 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느 날, 나를 아프게 하는 각진 모서리 같은 사람을 만났다. 그를 안을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자주 따끔거렸다. 내가 감싸 안을 때 내가 더 아파지니까 그를 이제는 안아주지 않기로 했다.

깊고 넓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나는 나보다 뾰족한 그 사람을 품어줄 만큼 마음이 넓지 않았다. 내 그릇의 크기는 딱 그 정도. 작고 귀여운 그릇이었다. 그릇의 크기를 알고 나니 더 크려는 노력 대신 그냥 받아들였다. 다시는 괴롭지 않았다. 나는 그 정도였다. 그릇이 작을 뿐이지 그렇다고 내 인생이 망할 만큼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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