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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나의 소방일지, 남득영

강다방 2024. 10. 17. 18:48

 

 

 

 

 

독립출판물, 에세이
나의 소방일지, 남득영

 
제목 : 나의 소방일지
저자 : 남득영
펴낸곳 : 남득영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46쪽
크기 : 127x188mm
가격 : 12,000원
발행일 : 2023년 11월 25일
ISBN : -

 

 

 

 

 

 

 

나의 소방일지 남득영 지음
나의 소방 나의 이너피스를 향한 이야기

 

 

 

 

 

 

이너피스를 추구하며 글을 씁니다.
무엇이든 불 사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디서든 불 끄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first in(들어가며)

화염과 연기 속으로 나의 동료들이 걸어 들어간다.
관창 하나에 의지한 채.
망설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동요도 없다.
오히려 덤덤하다.
옆에선 '펑'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현장에 도착했다.' 중에서

소방관인 내게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불길이 치솟는 화재현장으로 들어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화재진압대원에서 운전원으로 보직을 전환 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다. ‘first in, last out', '남들은 대피하는 재난 현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이란 말이 실감났다.

 

 

 

 

 

 

 

차례

First in 5p

1. 나의 오늘 11p
2. 우리 솔직해집시다 25p
3. 마주해야 할 것들이 많은 일 33p
4. 나의 이너피스 43P
5. 내가 아는 어떤 사람 63P
6. 행복에 대하여 73p
7. 그들이 운이 나빴다 81p
8. 고3 수학시간 89p
9. 악명 높은 그곳에서 97p
10. 2017년 어느 날 칼치오에게 107p
11. 나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115p
12. 현장에 도착했다 123p

Last out 141p

 

 

 

 

 

 

 


첫 번째보단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는 압도적으로 세 번째가, 그리고 세 번째보다는 약간 더 네 번째가 실력이 늘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번째 시험 후 비슷한 케이스의 구조 상황에서 나는 어리버리 했고, 세 번째 시험 후 비슷한 케이스의 구조상황에서 나는 능수능란했다. 꽤 뿌듯했다.

소방관이 되고 첫 팀장님이 해줬던 말을 이제야 이해한다.

소방 일에 어려운 건 없다. 경험이 없고, 숙달이 안돼서 그렇지 경험하고 연습하고 훈련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몸을 쓰는 일이니 몸이 기억할 때까지 해야 한다. 한번 몸에 베어놓으면 까먹지 않는다. 팀장님 말씀을 몸으로 이해하다니. 잠시 또 뿌듯해한다.

 

 

 

 

 

 

 

 


사실은 그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했다. 마음이 쓰이는 구조대상자였다. 병원에도 빨리 갔고, 피도 거의 안 났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10여명의 의료진이 대기 중이었으니 수술도 바로 했을 거고, 무지한 나는 이정도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경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었다.

그런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차라리 모르는게 나았을 뻔했다.

 

 

 

 

 

 

 

 

한번은 누군가가 사무실로 찾아온 적이 있다. 구급 수혜자다. 덕분에 자기 가족이 살 수 있었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넨다. 내가 나간 출동도 아닌데 뿌듯하고 보람차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참 마주해야 할 것들이 많다. 다행인건 외면해야 할 것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때론 이렇게 누군가의 감사함을 직접 마주하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는 단단해져야한다.

 

 

 

 

 

 


그리고는 전공을 살려 꽤 괜찮은 큰 회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다 끝난 줄 알았어요. 이제 내 인생 핀다! 그렇게 생각했죠. 합격 통보를 받은 날이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 중에 하나일겁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 생활이 맞지 않았어요. 일도 많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민하고 또 생각했어요. 1년 정도를요.

'전공을 살렸는데 왜 안 맞지? 왜 힘들지?? 부터 시작해서 '그럼 나랑 맞는 게 뭐지?'로 이어졌다가 '나는 뭐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같은 근원적인 질문으로 들어갔어요. 나랑 맞는 일을 찾으려면 나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더라고요. 30살까지 그런 고민은 해보지 않았어요. 그저 주어진 선택지 중에 선택 했을 뿐, '남자는 공대' 이런 느낌으로요 그렇게 나의 성향,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살아오면서 열심히 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길고 깊은 고민 끝에 선택한 소방관이기에 되기만 하면 만사 ok 일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가 또 않았어요. 어쨌든 소방관도 직업이니까요. 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결핍이 소방관을 하며 다 채워졌는데, 그 전엔 결핍이라 느끼지 못 했던 것이 새로운 결핍으로 자리 잡더라고요. 그걸 극복(?) 하는 과정도 얘기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결핍'을 대하는 자세가 제 관심사 중에 하나이거든요. 물론 지금은 이보다 잘 맞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게요. 인터뷰 하고 싶다고 여겨지는 에피소드들을 모아서 들여다보니까 기저에는 다...

 

 

 

 

 

 

 


하필 그때 즈음 여자친구와 헤어졌어요. 몇몇 친구는 결혼을 했고요. 처음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4살이나 됐는데 모아놓은 돈은 없고, 회사에선 겨우 2년차고, 여자친구와는 헤어졌고, 대학원생, 그리고 회사를 다닐 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어요.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느낌이요.

그렇게 심리적으로 약해져있던 시기에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요.

'너는 가진 게 뭐냐?' 둘 다 취해있는 상태였어요.

얼마나 화를 냈었는지 몰라요. 발끈했어요. 심리적으로 약해져있던 시기에 예민한 부분을...

 

 

 

 

 

 

 

 


그런 일이 있은 후 며칠 후에 일기를 썼죠.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알아야 했어요. 그러면서 생각 해봤죠.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서.

꽤 많더라고요. 특히 내가 경험한 것들, 직업적 만족감, 성취감 등등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인생에 이런 스토리가 있는 것도 꽤 멋지게 느껴졌고요.

위에 '21.05.13. 이렇게 사는 건 맞다.'는 내용의 일기도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내린 대답이거든요. 그날 일기에 이런 내용도 있어요.

'현실(회사)과 이상(소방)에서 이상(소방)을 택했고, 그 이상이 지금은 나의 현실이다.'

 

 

 

 

 

 

 


그들은 아파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응급처치를 하는 중 둘 다
정중하게 담배를 펴도 되냐고 물었는데 안 된다고 가!
할 수가 없었다. 연기와 함께 내뿜는 깊은 한숨.
그들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이겨내야만 기아 하는 건 한 가정의 가장이 짊어진 어깨의 짐 때문이었을까. 그 덤덤함과 씁쓸함은 무엇이었을까.

때로는 현장에서 마주하는 절규보다는 덤덤함이 더 큰 소리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퇴근길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으로 바로 오라고, 짐 챙겨서 아빠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전날 아빠가 회사에서...

 

 

 

 

 

 

 


다시 내게 언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이제 술술 대답할 수 있다.
카페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는 것도 행복하고, 달리기하고, 축구하고, 수영하고 가끔은 맨몸 운동 할 때도 행복하다. 행위 자체도 그렇고 그런 행위가 가져다주는 성취감, 개운함 등이 느껴질 때도 그렇다.

친구들, 특히 바보동지랑 술 먹고 헛소리 하고 배꼽 빠져라 웃을 때도 행복하다.

여자친구와 함께 하는 많은 순간이 행복한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행복하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유튜브나 쇼츠도 마찬가지다. 재밌는 책을 만나면 좋긴 하지만 그 역시 행복한지는 모르겠다. 아직 나는 책 읽는 행위에 의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제는 있다.

무탈해야 한다는 것. 몸이 건강하고 상황이 안정적인 것. '무탈한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 내가 소방관이 된 이후 가장 많이 느낀 점이다.

최소한 이정도 전제가 성립된다면 마음 건강은 의식적으로라도 챙겨보자. 행복에 가까워진다. 물론 무탈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행복하다 느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다른 경지의 영역인 것...

 

 

 

 

 

 



무섭다. 두렵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영웅일 수도 있는 그들이 이제 내게는 동료다.

이곳에서의 겨울은, 여름은 어땠냐고?!

겨울에 불을 끄기 위해 뿌리는 물은 뿌리는 족족 얼어붙어 내 손과 발을 아프게 만들었고, 여름에 불을 끄기 위해 착용한 장비들은 뿌리는 물만큼이나 내게서 많은 땀을 빼앗았다.

이정도면 대답이 되려나.

 

 

 

 

 


'치직. 경기에서 알립니다. 각 출동대 신속 안전비발. 개인안전장비착용 철저. 스마트인명구조경보기 작동.
안전에 유의해서 현장활동 바람. '

신속 안전비발이라니. 참 아이러니다. 신속하면서도 안전하게 가야한다. 신속과 안전이 양립할 수 있는 성격인가? 소방관의 현장은 항상 이런 부조화와 함께 한다.

긴박한 무전과 사이렌 소리에 따라 내 마음도 급해진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가보다. 이런 상황에서 출동할 때면 침착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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