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립미술관] 흐르는 물결, 일렁이는 마음, 꿈꾸는 표류, 김선우 도도새 작가
전부터 시간내어 가보려고 했던 전시. 여름 성수기를 보내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어느날 전시에 다녀온 손님이 오셔서 전시를 한 번 더 추천하셨고, 마침 야간 개장하는 날이 있어 퇴근 후 다녀왔다.
귀여운 도도새와 자유로운 몸짓의 춤, 사람들의 꿈을 응원하는 작가의 글이 위로가 되었던 전시. 시간이 맞아 전시 해설 도슨트도 들었는데, 마지막으로 갈 수록 감동해서 눈물이 나올뻔. 이왕 전시를 본다면 도슨트 시간에 맞춰서 가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장소 : 강릉시립미술관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화부산로40번길 46)
일정 : 2024.07.26 (금) ~ 2024.10.06 (일)
시간 : 10:00~18:00 ※월요일 휴관
장르 : 회화, 드로잉
강릉시립미술관 전시 안내
https://www.gn.go.kr/mu/webSelectUnitySchdulView.do?key=6282&schdulTy=dspy&schdulNo=7458
강릉시립미술관 기획전시
춤, 흐르는 물결, 일렁이는 마음, 꿈꾸는 표류
Dance, Flowing Waves, Drifting Hearts, and Dreaming Journeys
강릉시립미술관은 2024년 기획전시 《춤, 흐르는 물결, 일렁이는 마음, 꿈꾸는 표류》를 개최합니다. 전시 참여작가 김선우(1988~)는 개인전 24회(가나아트센터 등), 단체전 70회(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 각종 수상 11회(국립현대미술관 등), 국제 레지던시 참여(미국, 프랑스, 일본 등) 및 다수의 프로젝트(서울시, 불가리, 스타벅스 등)를 했습니다.
“도도새”
작가는 대학 시절 ‘새의 머리를 가진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날개를 잃어버리고 갇힌 새의 모습을 통해 개체화, 몰개성화된 현대인의 모습을 비유했던 것입니다. 여행을 통해 작품 영감을 얻곤 했던 작가는 도도새의 옛 서식지, 인도양 작은 섬 모리셔스에 직접 방문합니다. 도도새는 본래 날 수 있었지만 천적 없는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여 날기를 포기하고 걸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더 이상 날 수 없게 된 도도새는 결국 섬에 들어온 인간에 의해 1681년 멸종합니다. 작가는 이 도도새를 소재로 한 회화 작품을 통해 꿈, 이상, 자유를 이야기합니다.
“춤”
본 전시 주제는 ‘춤’입니다. 작가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자신만의 춤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각자의 춤을 추며 살아가는 인생을 지극히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림으로 이야기합니다. 그 안에는 현실과의 타협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춤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격려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지금도 종종 스텝이 꼬이고,
누군가의 발(혹은 자신의 발)을 밟기도 일쑤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저에게 가장 소중한 춤의 메타포이자 제가 가장 잘 출 수 있고,
앞으로도 더 잘 추고 싶은 종류의 ‘춤’입니다."
- 작가 노트 중에서 -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별’에는 작가가 전하는 꿈이 담겨있습니다. 비록 도도새는 지구별을 영원히 떠났지만, 작품 속 은하수 물결 위에 비친 반짝이는 별과 함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부디 당신의 도도새는 실수해도 용기 내어 한 걸음 나아가시기를, 오늘도 내일도 비행하시기를,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한없이 자유롭게 춤추시기를 응원합니다.
Special Exhibition at the Gangneung Museum of Art
《Dance, Flowing Waves, Drifting Hearts, and Dreaming Journeys》
The Gangneung Museum of Art is hosting the special exhibition “Dance, Flowing Waves, Drifting Hearts, and Dreaming Journeys” in 2024. Participating artist Kim Sun-woo (1988~) has held 24 solo exhibitions (including at the Gana Art Center) and participated in 70 group exhibitions (such as at the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City). He has received 11 awards (including from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and has taken part in international residencies (in the United State, France, Japan, and more). In addition, he has been involved in numerous projects with organizations such as the Seoul City, Bulgari, and Starbucks.
“Dodo Bird”
As a university student, the artist painted “people with the heads of birds.” By depicting birds that had lost their wings and were trapped, he symbolized the individuation and dehumanization of modern society. Seeking inspiration through travel, the artist visited Mauritius, a small island in the Indian Ocean, once the habitat of Dodo bird. Dodo, originally capable of flight, abandoned this ability and adapted to walking because of the lack of predators in its comfortable environment. Over time, Dodo lost its ability to fly entirely and eventually became extinct in 1681 because of human activities on the island. Through his paintings of Dodo bird, the artist explores themes of dreams, ideals, and freedom.
“Dance”
The theme of this exhibition is “Dance.” The artist believes that living life is like perfecting one’s unique dance. Everyone lives their life dancing their own dance, and the artist views this from a distinctly artistic perspective, telling this story through his paintings. Within these works lies the artist’s encouragement to never lose one’s unique dance amid the compromises of reality.
Of course, I still often stumble and
step on someone’s feet (or my own),
but for me, painting is the most precious metaphor for dance.
It is the dance I can perform best and the one I aspire to master.
- From the Artist’s Note -
The stars that frequently appear in his works carry the dreams the artist wishes to convey. Although Dodo bird has left this Earth forever, in his paintings, it returns to us, reflected in the shimmering stars over the Milky Way. May your Dodo, even if it makes mistakes, have the courage to take one more step forward, to fly today and tomorrow, and to dance freely within infinite possibilities.
작가 노트
춤Dance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탄하Tanha라고 합니다. '생명의 욕구'를 의미하며, 춤을 의미하는 중세 영어 Daunce의 어원 또한 경험, 환희, 활동과 같은 뜻을 내포합니다. 어쩌면 춤은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가 반영된 하나의 의식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늘 불가능한 꿈을 추구하는 동안 조금씩 성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우리의 인생이 자신만의 춤을 완성시켜 나가는 하나의 과정과 같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각자의 춤을 추며 살아갑니다. 저는 예술가로서의 춤을 추며 살아가고 있지만, 제가 잘 출 수 있는 춤을 발견 하는 일, 그리고 거기에 능숙해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 부터 저는 이 세상이 저에게 제시하는 '보편적인 춤'에 대해 어떤 불편함을 느꼈고, 그런 저에게 있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제가 추고 싶은 종류의 춤을 찾아가는 중요한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지금도 서투른 것이 많지만, '예술가'라는 '춤'은 제가 가장 잘 출 수 있고, 앞으로도 더 잘 추고 싶은 종류의 춤입니다.
예술가의 일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쉽게 지나치는 것에 다시 눈길을 주고,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 말입니다. '왜 춤을 그렇게 밖에 못 추는 거야?”라며 타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춤을 추는 거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요. 캔버스 속에서 자유롭게 춤추며 새로운 비행을 꿈꾸는 도도새의 몸짓이 당신에게 이와 같은 질문과 영감을 선사하기를 바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미완의 상태이기에 가질 수 있는,
완결을 바라는 뜨거운 마음에 머물고 싶습니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언제나 그 순간 아니던가요.
영원한 미완의 나날들 속에서 다만 완결을 꿈꾸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It's OK not to be perfect.
I want to dwell in the passionate longing for completion
that exists in an unfinished state.
After all, what we remember most are those fleeting moments.
In the endless days of incompletion, I wish to live with a heart that dreams of fulfillment.
상상과 창조는
언제나 보편의 경계 밖에서
이루어 진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잠시 춤을 멈추고 떠날 풍경이 있기를, 그 순간이 오기를 바랍니다.
무언가를 읽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쓰고, 숨 쉬듯 생각하고,
그 풍경 속에서 지칠 때까지 두 발로 걷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상상했던 것보다 아주 아쉽지는 않을 겁니다.
언젠가 그 풍경 속으로 다시 돌아올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게 될 테니까요.
이제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은 분명히 조금 더,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I hope that one day, you find a place that allows you to pause your dance and leave.
When that moment comes, instead of reading something,
write the stories you want to tell, think as naturally as you breathe,
and walk through that scenery on your own two feet until you're exhausted.
The journey back to everyday life will not be as disappointing as you imagined because you'll look forward to returning to that place one day.
And when you do return to where you started, you'll undoubtedly do even better.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완벽하지 않기에,
미완의 상태이기에 가질 수 있는, 완결을 바라는
뜨거운 마음에 머물고 싶습니다.
영원한 미완의 나날들 속에서, 완결을 꿈꾸는
몸과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지겨울 정도로 익숙해져버린 무언가에서
마침내 새로움을 찾아내 세상에
내어놓는 일이야말로
아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비할 바
없이 어렵고 고단한 일이며,
인간만의 숭고한 일이라는 것을요.
"춤을 추는거야."
"음악이 울리는 동안은 어쨌든 계속 춤을 추는거야. 내가 하는 말 알아듣겠어? 계속 춤을 추는거야.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돼. (중략)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분명 지쳐있어. 지쳐서 검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고 모두 잘못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발이 멈춰버리거든."
<댄스 댄스 댄스> 中 무라카미 하루키
다르게 산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통스럽고 고독하며, 언제나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일 입니다.
그런 감정들을 대할때면 생각합니다.
이 아픈 감정과 번민들이 오롯이 내 성장의 소산이기를.
나의 결핍과 똑바로 마주하고 그것을 채워나가려는
간절한 바람이자 용기이기를.
다시 조금 용기가 새깁니다.
예술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던 그때 그 순간처럼요.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내게 있어 아무리 연습하고 반복해도 도무지 영원히 능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어려운 춤과 같다. 매번 전시회를 앞둘때면, 막막하고 답답하고 체할 것 같다가도, 열기와 열망과 욕심과 역정과 호기심에 들떠서 다리미처럼 금세 달아올랐다가도, 마침내 녹초가 되어 작업실 문을 닫고 나와 시간이 지겹도록 느리게 흐르는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면, 그림이란, 전시란 뭘까? 작업이란 대체 어떤 행위인가? 과연 나느 무엇을 하는 인간인가, 스스로에게 몇 백 번씩 질문을 던진다. 나는 결국 이 춤을 잘 추게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이와 같았듯, 결국 내일도 작업실로 향하는 수 밖에 없다. 답을 찾는 인간이기 보다, 질문하는 인간으로 살아내기로 결정한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라는 명료한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야한다. 그렇게 다시 스탭을 옮겨본다.
불안 不安이란,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아니함'을 뜻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이 감정을 떨치기 위해 몹시 번민하고 일희일비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저에게 불안은 정해진 답이 아닌, 나만의 수만가지 새로운 답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어쩌면 '불안'이란, 문자 그대로 '한 자리에서 안거하지 않고' 언제나 길 위에서 떠나고 돌아오는 동안 성장과 변화의 기쁨을 맛보아 온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인간의 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숭고하고, 때로는 고요한 그 다채로운 몸짓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인정하기보다는 부정하는 일이며, 그렇게 불가능한 꿈을 추구하는 동안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인간만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모습이지 않을까 하고요.
저는 예술을 통해 우리의 삶과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무릇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지극히 지고 至高하며 지순 至順해야만 그 뜻이 조금이나마 서로에게 가닿는 법입니다. 이는 제가 온힘을 다해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나 스스로와, 당신과, 세상에 닿기 위해.
다르게 산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통스럽고 고독하며,
늘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런 감정들을 대할 때면 생각합니다.
이 아픈 감정과 번민들이 오롯이 내 성장의 소산이기를,
나의 결핍을 똑바로 마주하고 차근차근 채워나가려는 간절한 바람이자 용기이기를
Living differently is inevitably painful, lonely,
and filled with constant anxiety.
When I face these emotions, I remind myself that
these painful feelings and struggles are the fruits of my growth.
They reflect my earnest desire and courage to confront and gradually fill my voids.
다시 조금 용기가 생깁니다. 예술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던 그때 그 순간처럼요.
I'm feeling a bit braver again, just like that moment when I first decided to live as an artist.
유년의 다듬어지지 않은 그 거칠고 반짝이는 열망을
어른과 이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야말로
어른들이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상과 창조는 언제나 보편의 경계 밖에서 이루어지니까요.
I believe that the most important thing adults can do is
to avoid judging the raw, vibrant aspirations of childhood
by the universal standards of adulthood and society.
Imagination and creation always occur beyond the boundaries of the ord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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