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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 소운

강다방 2023. 10. 6. 17:36

 

 

 

 

 

독립출판물, 에세이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 소운
 

 

어렸을 적 놀러 간 놀이동산에서 본 노란 튤립 같은 책. 겨울을 앞둔 시기, 봄의 다정함을 떠오르게 하는 책. 반쪽 혹은 두세 쪽 분량의 글들이 적혀있어 누구나 언제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제목 :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
저자 : 소운
펴낸곳 : 오롯이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77쪽
크기 : 113x176mm
가격 : 13,000원
발행일 : 2023년 6월 4일
ISBN : 979-11-982716-0-0 (02810)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esowun/

 

 

 

 

작은 양말 가게에서 좋아하는 양말을 파는 꿈을 꾸는 친구가 있다. 양말이 하나도 없던 나에게 이 친구의 꿈은 순식간에 무채색이던 내 마음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였다.

 

양말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더니 사람들이 별 날 아닌데도 양말을 사준다고 했다. 이런 귀여운 세상을 알게 돼서 좋았다. 그 소박한 꿈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양말을 샀다. 서른이 넘어서도 처음 해보는 게 많다.

 

양말을 샀을 뿐인데 사람들이 나의 첫 양말을 축하해 줬다. 처음인데ㅗ 누가 봐도 내 양말 같은 걸 찾았다고,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줬다. 처음을 나눠줘서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겨울.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은데 이러고 있어도 된다고 괜찮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내 일상이 꽤 근사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기억에 힘을 얻어서
잘 살고자 약속하는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났다.

<희수>, 16p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모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딱 여기까지다. 위로했고 위로 받았으니까 이 힘으로 각자 잘 살기로 약속했다. 그래도 헤어짐은 늘 아프고 싫다.

<우울을 마주하는 방법>, 53p

 

 

 

 

 

양말을 샀을 뿐인데 사람들이 나의 첫 양말을 축하해 줬다. 처음인데도 누가 봐도 내 양말 같은 걸 찾았다고,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줬다. 처음을 나눠줘서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겨울.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은데 이러고 있어도 된다고 괜찮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들이 덕분에 내 일상이 꽤 근사해졌다.

 

 

 

 

 

문득 든 생각은 나는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d를 만나고 나서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좋은 사람이란 나를 현재에 머물러 있게 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 함께 있는 지금이 좋고 우리의 미래가 기대된다. 고마운 사람. 더 잘해야지.

너를 만난 이후로 하루하루 매일 마음에서 튤립이 피어나는 것 같아. 너를 믿고 있는 그대로 사랑에 빠져볼게. 내 사라이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닿지 않아도 늘 좋아해.

 

 

 

 

 

이상하게도 별 미련이 없었다. 오히려 후련했다.

올해는 사라진 물건은 사라진 대로 보내 보려고 한다. 사람도 나를 떠나면 떠나는 대로 보내 보고. 올해는 아무 일 없는 나날들만 가득하길 바란다. 매일이 같아서 나중에 떠올려보면 잘 기억나지 않는 나날들만.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모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딱 여기까지다. 위로했고 위로받았으니까 이 힘으로 각자 잘 살기로 약속했다. 그래도 헤어짐은 늘 아프고 싫다.

 

 

 

 

 

어쩌다 보니 우연에 기대어 하루를 보내보자는 뜻에서 '12345678910 나들이' 소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1번째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2번째로 오는 버스로 환승하기!
3번째 정류장에 내려서
4번쨰로 보이는 식다에 들어가서
5번째 적혀있는 메뉴 먹기!
식당 왼쪾으로 6번째에 있는 골목길에서
7번째로 보이는 가게 구경하기!
주변 인생네컷에서 8컷짜리 찍기!
근처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9위 책
10쪽에 나와있는 마음에 드는 문장 찾기!

 

 

 

 

 

행복에 대한 이유를 오래도록 찾아다녔다. 실은 이유가 없어도 되는데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지친 상태였다. 항상 타인의 시선과 말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내가 우연히 발견한 네잎클로버 정도로는 만족하기 어려웠다.

아빠는 내가 아프다고 했다. 사람들은 아프면 아프다고 실패했으면 실패했다고 말하는 걸 부끄러워한다고, 내가 그런다고 숨기기 바빠서 감추려고 애쓰다 보면 내가 만든 나만의 울타리에 계속 갇혀 있다고, 그럼 나는 계속 서른 한 살에 머물러 있는 거라고, 그것만 깨고 나오면 언제든지 열 몇 살 때로 돌아갈 수 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나만의 공간은 계속 작아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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