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Med Badr Chemmaoui
독립출판물 제작시 고려하면 좋은 것들
(feat. 책을 판매하는 독립서점 입장에서 쓴)
1.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제목과 표지가 좋으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책방을 운영하기 전에는 표지가 뭐가 중요해 내용이 좋으면 장땡 아닌가 생각했는데, 제목과 표지는 정말 중요합니다. 하루에도 수백권씩 나오는 책들 속에서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조금 더 눈에 띄고 참신한 제목과 표지가 필요합니다. 제목과 표지는 소개팅을 할 때 사진, 취업을 할 때 서류 전형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책인데 제목이나 표지가 평범해(?)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유튜브에서 썸네일과 제목을 보고 영상을 클릭하듯, 독자들은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 책을 살펴봅니다 (쉿! 구매로 이어지는 건 그 다음입니다) 책을 만드는데는 기획, 원고 작성, 편집, 인쇄 등 많은 단계를 거치지만 소비자가 책을 선택하는 단계에서 책 제목과 표지는 선택 기준의 50% 그 이상을 차지합니다. 만약 책 제목과 표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가까운 독립서점에 방문해보세요! 독립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더욱 좋습니다. (강다방에 방문하게 하려는 큰 그림…)
2. 가능하다면 책 표지는 코팅
책 표지를 코팅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몇몇 작가, 출판사에서는 환경을 위해 가능하다면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책을 판매하는 책방의 입장에서 코팅을 꽤 실용적입니다. 책방에 오시는 손님들은 의도하지 않지만 바닥에 책을 많이 떨어뜨리십니다. ㅠㅠ 따라서 책 표지 코팅이 되지 않은 책은 그만큼 쉽게 손상됩니다.
환경을 위해 코팅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은 멋지나, 이왕 종이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게 오히려 환경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독립서점에서는 책방지기가 포스트잇 등 작은 종이에 책에 대한 감상과 설명을 적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코팅이 되어 있지 않으면 햇볕에 메모지가 부착된 부분과 그 외 부분이 변색되어 책이 훼손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강다방에서는 차라리 책 표지 코팅을 하고 책 비닐 포장을 하지 않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강다방은 견본으로 제공된 책도 최대한 판매해드리려고 합니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맨위에 놓여있는 견본 책과 판매용 책 순서를 바꾸는데, 책이 비닐로 쌓여 있으면 (특히 랩처럼 래핑이 되어 있으면) 책 순서를 바꿀 수 없어 견본 책은 사실상 판매가 불가하게 됩니다.
3. 책 뒷면에는 가격 표시를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책 뒷면에 가격 표시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디자인이나 추후 가격 변동을 고려하여 책에 표지에 가격을 표시하지 경우가 있는데, 강다방과 같이 수기로 책을 관리하고 계산하는 곳에서는 종종 가격을 잘못 계산하거나 가격을 찾기 위해 책을 검색하는 등의 수고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초기 기획과 인쇄 단계에서 가격을 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사는 입장에서도 가격이 적혀있지 않는 책은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는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느낌입니다 (?)
4. 얇고 가볍고 부담되지 않는 가격
강다방 이야기공장을 방문하는 주 이용객은 20대 여성 여행자로 비싸고 두꺼운 책보다는 여행 중 읽을 수 있는 가볍고 부담되지 않는 가격의 책이 잘 팔립니다. 가장 잘 팔리는 책의 가격대는 5천원부터 1만원 대 가격의 책들이 인기가 좋습니다. 슬프게도 5-6천원짜리 커피, 몇 만원짜리 맛집은 고민없이 가지만, 책을 구매 할 때는 표지부터 내용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여행 짐과 일정 때문에 부피가 크고 완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보다는 부피가 작고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선호되는 편입니다. 물론 내가 쓰고 싶은 글이나 책이 가볍지 않고 내용이나 분량이고, 분량이 많다고 판매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어떠한 글을 쓰고 어떠한 책을 만들던, 소비자들이 원하는 글을 알고 만드는 책과 그냥 자신이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읽히는 책과 팔리는 책
읽히는 책과 구매하는 책은 다릅니다. 특히 사진집이나 웹툰, 얇은 책은 많은 손님들이 그 자리에서 책을 다 읽고 정작 구매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방에서 책을 다 읽고 정작 다른 책을 구매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사람들의 손을 탈 수록 책은 훼손됩니다. 그리고 훼손 정도가 심해지면 판매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특히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보고 사진을 찍어가거나 책 제목을 적어 간 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따라서 책을 기획하고 제작 할 때, 잘 읽히고 좋은 책을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서점에서 구매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주시면 책을 판매하는 서점 입장에서는 도움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손님이 책을 사게 만드는지 모르는게 문제입니다...
카페에서 음료 주문 없이 그냥 앉았다 시간을 보내고 가는 사람은 없지만, 책방은 책 구매 없이 책을 구경하거나 시간을 떼우고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책방을 하기 전에는 약속 장소를 책방으로 했던 기억이 있어 지금은 업보를 갚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점도 결국은 매출을 올리고 수익이 나야 유지가 가능합니다. 팔리지 않는 책이 많아지면 결국 서점은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6. 책방에 입고한 다음이 진짜 중요한 단계
책을 만들고 책방에 입점하면 모든 할 일을 끝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것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홍보입니다. 책방에 책을 입점하면 사람들이 내 책을 구매하고 리뷰를 남기고, 알음알음 소문이나 저절로 홍보가 되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남의 책에 관심이 많지도 않습니다.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책이 마음에 든다고해도 그것을 정리해 인터넷에 올리고 리뷰를 적는 건 100명 중 아마 1-2명에 그칠 것입니다. 따라서 책을 만들었다면 작가가 열심히(?) 지속적으로 책을 홍보해야합니다. 물론 책방에서 책을 잘 소개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지만, 작가 스스로의 책을 열심히 홍보하는 책과 아닌 책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책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은 부끄럽지만, 견뎌야 할 숙명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책을 소개하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글을 쓰고, 북마켓에 나가 책을 알려야 독자는 이 책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며 책을 구매합니다. 책 팔기 쉽지 않습니다…
7. 자신만의 색 잃지 않기
지금까지 작가님들의 의욕을 꺽을 만한 내용만 적은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디. 어떠한 책이 좋은 책인지, 잘 팔리는 책인지는 정답이 없습니다. 이런 책이 팔릴까? 이런 책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생각하는 책이 손님들에게 인기 많은 경우가 있고, 이 책은 진짜 대박이다 잘 팔리겠다 싶은 책들이 안 팔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고, 사람마다 원하는 책과 좋은 책의 기준이 다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판매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멋진 책을 만들면 좋겠지만, 부족하고 아쉽더라도 한 권 두 권 책을 내다보면 다음 번에는 더 나은 글과 책이 나올 것이라 믿습니다. 용기를 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시는 작가분들 응원하겠습니다!
'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 > 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판품절 도서 구하는 법 (국회도서관 우편 자료복사 서비스 이용하기) (0) | 2023.04.21 |
---|---|
블로그 방문자 100만명 기념 누적 조회수 상위 10개 게시글 (0) | 2023.03.29 |
2022년 강다방 이야기공장과 함께 해주신 분들 (0) | 2022.12.31 |
국립중앙도서관에 출판 도서 납본하기 (0) | 2022.12.23 |
눈물 젖은 독립서점 6개월 운영 일지 (10) | 2022.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