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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안나도 괜찮아. 하지만 따뜻해야 해.
-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유독 그런 날이 있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책을 사가는 희한한 날이었다. 보통은 서점에 들어와 구경한 뒤,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나가는 손님이 더 많은데 그날은 들어오는 손님마다 빠짐없이 무언가를 사 갔다. 신이 나서 더 즐겁게 손님들을 맞이했다.
반면 유독 손님이 없는 날도 있다. 평소보다 훨씬 늦게까지 첫 개시를 못 했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냉담한 손님들이 다녀가면 나도 모르게 다음 손님께도 거리를 두고 냉담하게 대하게 된다. 서점을 운영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손님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평소보다 손님도 없고 첫 개시도 못 한 날이었다. 점점 차가워지고 있을 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밝고 에너지 넘치는 손님이 왔다 가셨다. 밝은 에너지로 나까지 덩달아 밝아졌을 때, 문득 일희일비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항상 같은 모습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때가 더 많다. 빛은 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따뜻해야 한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이 말을 항상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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