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립도서관 책방에서 보내는 어른방학
당신의강릉 한 여름밤의 글쓰기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각자의 바다
안목 커피거리에 있는 카페에 왔다. 안목은 관광지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밤 12시까지 영업하는 카페가 있어 오늘처럼 밤늦게까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종종 찾는다. 너무 처지지 않는, 적당히 신나는 음악이 나와 좋다. 어둠 때문에 창문 너머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반짝이는 폭죽이 보인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삼삼오오 여행 온 가족들이 보인다.
처음 강릉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게스트하우스를 하기 위해 강릉에 왔다. 게스트하우스 준비하며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결국 바닷가 5분 거리에 있는 집을 구했다. 손님이 없을 때는 해안도로에 앉아 바다를 보며 음악을 들었다. 푸르렀던 하늘을 한참 보고 있으면 어느새 붉게 변했고, 곧이어 진한 남색을 거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변했다. 바다와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는 왜 바다를 좋아하는 걸까? 파도는 부서질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밀려오기 때문일까, 광활한 바다 앞에서 우리의 고민은 티끌처럼 작게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생명은 바다에서 나왔고, 과거에도 미래에도 같은 그 자리에 있을 바다를 떠올려본다. 눈 앞에 있는 바다를 따라가다보면 수평선을 넘고, 다른 대륙을 만나 다시 지금의 자리로 돌아오겠지.
바다 근처에 살다보니, 역설적이게도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바다에 가지 않게 된다. 잠시 어렸을 때 가족들과 친구들과 때로는 홀로 찾았던 바다를 떠올려 본다. 가족과 함께했던 어린 시절에도, 친구들과 웃던 청춘에도, 앞날이 막막했던 시간에도 바다는 늘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했다.
카페를 나갈 즈음, 비슷한 시기 강릉으로 이주한 사람이 이곳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에어컨을 켜는 대신 자동차 창문을 내렸다. 차 안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바다가 멈추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시간도 흐른다. 내일은 해가 떴을 때, 늦지 않게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 > 취미는 없고 특기는 돈 안 되는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6 강릉 책방지기들의 편지] 책방선인장 가는 길 (1) | 2026.07.30 |
|---|---|
| [2026 강릉 책방지기들의 편지] 우리들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1) | 2026.06.01 |
| [2026 강릉 책방지기들의 편지] 앓는 소리 (0) | 2026.05.11 |
| [2026 강릉 책방지기들의 편지] 행복을 찾아서 (1) | 2026.04.06 |
| [2026 강릉 책방지기들의 편지] 먹고 읽고 사랑하라 (1) | 2026.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