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강릉 책방지기들의 편지] 책방선인장 가는 길
출발 전 강다방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주문합니다. 아메리카노가 생각날 때는 근처 개인 카페로, 라떼가 생각나면 편의점으로, 휘핑크림이 올라간 달달한 커피가 먹고 싶으면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로 갑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차 시동을 겁니다. 초보운전자는 뒤에 오는 차 때문에 무한 회전할 수 있다는 회전교차로로 진입합니다. 진입 시 깜빡이를 켜지 않는 차가 수두룩합니다. 회전차량 우선인데 얌체같이 진입하려는 차량을 보면 "빵"하고 클락션을 눌러줍니다.
강릉 시내를 거쳐 강릉시청을 지납니다. 강릉시청 건물은 강릉 시내 외곽에 있어 강릉 사람들은 시청이 보이면 강릉에 왔다고 느낍니다. 시청에서 고속도로 가는 길에는 최저가 주유소가 많습니다. 오늘 갈 곳은 평창 책방선인장입니다. 먼 길을 가야 하니 기름을 빵빵하게 채워줍니다. 고속도로를 탈지 국도를 탈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옵니다. 좀 늦더라도 천천히 가고 싶어 국도를 선택합니다. 꼬불꼬불한 도로가 이어지며 몸도 놀이기구를 탄 듯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옛날 영동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강릉 사람들은 이 길로 서울 등 바깥 세계로 나갔습니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운전하는데, 눈이 많이 오면 대관령에 차를 버리고 걸어 내려왔다는 말이 이해됩니다. 순간 안개가 눈앞을 가립니다.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여 고개를 내려갑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은 날이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변하는 걸 보니 옛날 사람들이 왜 도깨비에 홀렸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한양으로 가기 위해 이 고개를 넘었을 옛 선조들을 떠올려 봅니다. 대관령 고개를 지나 무사히 평창군 대관령면에 도착합니다.
대관령과 대관령면은 자칫 혼동하기 쉽습니다. 대관령은 강릉과 평창에 걸쳐 있는 고개입니다. 백두산이 북한과 중국에 걸쳐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2007년 평창군은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존 도암면의 이름을 대관령면으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대관령면은 대관령보다 더 큰 구역 개념입니다. 서울로 치면 도봉산과 도봉구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대관령면에 진입하면 거리 곳곳에 해피 700이란 조형물이 보입니다. 평창 지역의 평균 고도는 해발 700m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창은 여름에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날씨가 쾌적합니다.
책방선인장에 가기 전에 들를 곳이 있습니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입니다. 외래종이 아닌 우리나라 꽃과 나무로만 조성된 국내 최초의 자생식물원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천원인데 한국관광공사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다운받아 인증하면 50%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작년 겨울 방문했을 때는 수풀이 시들어 썰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자체로 자연의 모습이라 좋았습니다. 초록이 무성한 계절에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기대해 봅니다.
책방 이야기가 언제 나오나 기다리셨을 텐데, 드디어 책방선인장에 갈 수 있습니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에서 약 20분 정도 차를 몰면 책방선인장에 도착합니다. 책방선인장을 처음 알게 된 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때 찾아오셨던 손님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평창으로 이주를 준비하던 손님이 좋았던 곳이라며 데려갔습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벽난로에 불이 피워져 있었습니다.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와 장작이 타는 냄새가 참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방선인장은 북스테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하룻밤 묵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방선인장이 있는 평창은 하늘과 가까워서일까 흙이 유난히 더 짙고 검게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책방선인장 가는 길, 채도 높은 풍경을 꼼꼼하게 눈에 담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다시 강릉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갈 때는 조금 서둘렀는데, 집으로 가는 길은 좀 더 여유롭습니다. 평창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강릉 시내와 동해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도 있습니다. 날씨가 좋다면 들러서 쉬었다 가보세요. 책방 가는 길은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여러분도 무더운 여름, 여유를 찾아 시원한 책방으로 북크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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