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강릉 책방지기들의 편지]
먹고 읽고 사랑하라
안녕하세요. 오늘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驚蟄)입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 앞 화분에 수선화, 튤립, 무스카리를 심어놓았는데, 어느 순간 초록 잎이 귀엽게 '뿅'하고 나타났습니다. 봄이 오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여러분에게 지난 겨울은 어떤 겨울이었나요?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단종을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봤습니다. 출판계에도 천만 도서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즐겨찾기 해놓았던 초밥과 우동, 계란밥을 세트로 파는 곳에도 갔습니다. 맛있게 먹어서 다음에도 종종 갈 예정입니다. 어딘지 궁금하다면 영화에서 밀서를 전달하듯 조용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맥도날드에 고구마 튀김(고구마 후라이)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후식으로 용기 내어(?) 귀여운 도전도 해봤습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 주변에 있는 작은도서관이 폐관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가지 않았던 그곳에 예약 도서를 5권 신청했고, 책을 찾으러 다녀왔습니다. 도서관 운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밤늦게까지 하는 다른 도서관으로 이동했고, 단종과 관련된 책도 찾아봤습니다. 단종을 표현하는 말 중 가장 와닿았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가장 귀하게 태어나 가장 비극적으로 죽은 왕'. 단종의 할아버지는 세종대왕인데 얼마나 귀하게 자랐을지 상상이 갔습니다. 영화에서 단종과 대척점에 서 있는 한명회,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왕에 오른 세조, 목숨 걸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죽은 사육신, 죽지 않고 삶을 선택하며 싸운 생육신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역사 속 인물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삶이란 무엇인지 잠시 사색에 잠겨봤습니다.
너무 비약적으로 단계를 뛰는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단종도, 한명회도, 세조도, 엄흥도도, 사육신도, 생육신도 모두 죽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적고 있는 저도, 여러분도 모두 언젠가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먹고 읽고 사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기에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짧은 찰나 동안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저는 지난 한 주,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이것저것 먹고 다른 사람의 삶을 마주했습니다. 다음 주 쉬는 날에는 이번 편지의 주제와 비슷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봐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살아있는 동안 잘 먹고, 잘 읽고, 많이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뿅'하고 나타나는 새싹 같은 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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