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2 윤슬서림의 질문
각자 서점의 끝맺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별빛아래 책다방 사장님은 서점 이후 이야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12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답변
다른 분들께 죄송하게도 1년 뒤 이야기 원고를 받아놓고 작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처음 답변을 적었을 때는 지금까지 책방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인지 지금은 인생 최고 몸무게를 기록했고, 몸 여기저기서 아픈 신호를 보내옵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다시 지난 2024년, 묵혀두었던 원고를 다시 꺼냈습니다. 내용을 편집하며 이전에 제가 적었던 서점의 끝맺음 답변 내용을 통째로 지웠습니다.
깨북 사장님은 평소 더 늙어 책방 할아버지라고 불리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다니시는데 (그래서 마지막 질문에 답변을 안 보내주신건가요? 깨북은 영원한 것으로 하시죠), 저는 지금 깨북이 걸어온 길 만큼만이라도 책방을 운영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깨북은 대단한 책방입니다.
서점의 끝맺음이 어떤 모습이냐고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끝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강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게스트하우스가 사라지고 이야기공장이 되었듯, 서점은 없어지더라도 지금의 경험과 노력들이 새로운 강다방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언가 진득하게 했던 적이 없습니다. 매번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하기보다는 조금하다 싫증나면 새로운 것으로 갈아탔습니다. 그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 멋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 자신의 자리를 오랜 시간 지키는 것이 더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며, 그 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게스트하우스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동안 나는 새로운 모험과 도전이 아닌 매번 도망쳤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강다방도 이제는 도망치지 않고, 지금 딛고 있는 땅에 굳건히 서서 오랜 시간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유한한 존재, 영원할 것 같은 것들도 언젠가 끝이 다가옵니다. 그 때를 대비해 저는 여기저기, 이사람 저사람에게 강다방에 대한 추억을 뿌려놓으려 합니다. 그래서 강다방 이야기공장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 기억과 마음 속에 남아 사람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전해지는 영생불멸(?!)을 꿈꿔봅니다.
생각해보면 책방을 시작한 것도, 책방을 운영하며 3년이란 시간을 지나온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며 누군가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어주었고, 많은 분들게 과분하게 사랑을 받은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당연한 건 세상에 없는데, 종종 그 사실을 잊곤합니다.
사실 우리 존재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구의 나이는 수십억 년, 그중 생명체가 태어나고, 인간이 번성해 살고 있는 기간은 전체 기간 중 찰나의 순간입니다. 확장된 시간을 공간으로 바꿔 우주로 나가 우리를 내려본다면, 더욱 신기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는 별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와 동일합니다. 그래서 비약해서 말하면 인간 하나하나는 별이기도 합니다.
원소들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리고 다른 원소와 결합해 새로운 물질로 탄생합니다. 서점도 그렇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그 끝이 있겠지만, 그 끝은 다시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어디서 어떤 모습이든, 우리는 밝게 빛나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온 우주가 당신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제가 제 자신에게, 그리고 여러분들게 해주고 싶었던 말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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