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취미는 없고 특기는 돈 안 되는 일

자영업자의 휴일

강다방 2022. 5. 26. 19:18

 

 

 

Photo by Johan Godínez on Unsplash
  



자영업자의 휴일

 

 

자영업자들은 휴일에 뭘 할까? '자기가 열고 싶을 때 열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의 휴일은 마냥 단순(?)하지만은 않다. 강다방은 오늘 쉬는 날을 맞이하여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일어난 뒤에도 침대에서 계속 뒹굴거리며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에 퇴근하기 때문에 요리할 시간이 없는데, 기분도 전환할 겸 직접 요리를 해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평소 못했던 청소를 하고 깨작 운동을 하고 다시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오후가 되어서는 빈둥빈둥거리다 강다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영업하는 날은 아니지만 평소에 못 했던 에어컨을 청소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이다. 요즘 부쩍 날씨가 더워져 더 이상 에어컨 청소를 미룰 수 없었다. 영업일에 할 수도 있지만, 손님들이 들어오시기 때문에 대청소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은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자영업자들은 휴일에 영업일에는 못하는 일들을 처리하곤 한다.

강다방에 도착한 순간 며칠간 물을 안 준 화분들이 바짝 비틀어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요 며칠 햇볕이 강했는데, 오늘 쉬는 날이라고 안 왔으면 식물들이 다 말라 죽을 뻔 했다. 급하게 화분에 물을 줘 심폐소생술을 했다. 다행히 말라비틀어진 잎들이 조금씩 생기를 찾았다. 화분은 보기에 좋긴 한데 손이 의외로 참 많이 간다. 그래서 건강한 상태의 식물들이 많은 매장은, 부지런하고 관리가 잘 되는 곳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본격적으로 에어컨 청소를 시작해본다. 뚜껑을 열어 필터를 꺼내고 먼지를 털어냈다. 이왕 청소하는 김에 평소 소홀했던 에어컨 주변도 청소를 해본다. 청소 중에 업무 관련 이런저런 연락이 온다. 중간중간 틈틈히 답변을 하고 업무 쳐낸다. 에어컨 청소를 빨리 끝내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졌다. 이렇게 된 거 밥이나 먹고 들어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매장을 지키느라 가지 못한 먼(?) 곳에 가서 밥을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일기를 쓰자고 다짐했는데 역시 몇 주 가지 못하고 일기가 끊겼다. 그래도 몇 달 만에 잊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 다짐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잊혀질 때쯤 다시 다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오늘의 글은 '쉬는 날인데 나와서 일했어요, 그러니 칭찬해주세요, 한동안 포기했던 글쓰기도 다시 시작했어요, 잘했죠?'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쓴다. 나라도 나 자신을 칭찬해줘야지.

이렇게 적고 보니 자영업자나 그냥 직장인이나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하다. 바쁜 날도 있고 한가한 날도 있고, 때로는 야근을 하고, 쉬는 날 나와 일을 한다. 한동안 이런저런 일로 바빴다.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마감에 치여 정신없이 생활했다. 지금은 잠시 쉬며 숨을 고르고 있다. 이 순간이 참 소중하고 행복하다. 내일은 다시 출근 하는 날이다. 얼마 남지 않은 휴일을 좀 더 즐겨야겠다. 자영업자도 직장인도 학생도 우리 모두 화이팅이다. 우리 인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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