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
오늘은, 작가다 vol.5, 원트
글쓰기 모임 원트에서 7명의 사람들이 적은 이야기를 모아 만든 5번째 책 . 각자의 색이 뚜렷한 원석과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에서 7개의 세상과 만나보세요.
제목 : 오늘은, 작가다 vol.5
저자 : 정준혁, 정유림, 정아인, 박수빈, 서진하, 진, 임솔빈
출판사 : 원트
제본 형식 : 종이책 무선제본
쪽수 : 269쪽
크기 : 130x190mm
가격 : 12,000원
발행일 : 2021년 4월 11일
ISBN : -
글과 사람이 만나는 곳, 원트(want)는 2016년부터 매년 1권의 책을 독립출판하는 소규모 출판사임과 동시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글로써 위로하고 치유하는 컨텐츠를 만드는 단체입니다. 오늘은 작가다 시리즈는 연초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모아, 2주에 한 번씩 원트 공간에서 만나 1년간 써내려간 글들을 엮어 만든 에세이입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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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martstore.naver.com/kangdbang/products/6497857603
출판사 원트
https://www.instagram.com/want_writers/
https://blog.naver.com/sjk3903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관찰하기를 좋아합니다. 관찰을 하다보면 단면 너머의 무언가 - 의미가 있는 것일 수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 를 느끼곤 합니다. 그런 관찰을 통해 자극을 받고자 쳇바퀴에서 벗어나려 자주 노력합니다만, 작년 한 해에도 그렇게 하려 애썼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듭니다. 변함없는 글을 쓰기는 하였지만 변화없는 글이 적어진 것만 같아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나아가고 싶습니다. 변함없이 글이 저의 일상 곁에 머물기를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술을 잘 못 먹기 때문이다. 한 잔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고 한 병을 먹으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체질이라 사람들 앞에서 술 먹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했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나의 주량을 늘려주겠다며 부어라 마셔라 노력하더니 이제는 내가 술을 먹으려고 술잔을 들면 자기들이 더 무서워한다. 이 독하고 맛없는 술은 왜 이렇 게 잘 팔리는 걸까. 아무 영양가 없고 오히려 몸에 안 좋기만 한데 말이다. 정말 궁금해서 생각해 봤는데 내 생각으로는, 술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최고의 상품이 아닐까 싶다. 술은 만남을 만들고, 모임을 만든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장 쉽게 만들고, 최대치의 기분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술을 끊으려면 술로 채울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다른 걸로도 채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술에 열광하는 게 아닐까. 술을 끊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술보다 즐거운 걸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술보다 즐거움을 주는 것을 찾아보자. 어쩌면 그게 집에 있는 낡은 책일 수도, 당신 가까이에 있는 사람일 수 도 있다.
텍스트가 된 제 순간들을 통해 당신들의 순간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자유롭기를, 각자의 세상이 지켜지기를
과정이 긴 사랑
마음이 머리보다 느린 날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는
과일과 책에 아낌이 없다.
내게도 그런 마음은 분명 있다.
항상 엇갈리고 엉겨 붙어 헤매고 있을 뿐이다.
“전공도 아닌데 재즈 피아노는 왜 배워?”
“잘 치고 싶은 게 아니라 더 좋아하려고 하는 거야”
사랑하는 것들이 많아서 걱정이다.
이제는 가득 차 가끔은 여유가 없다.
과정이 긴 사랑이 좋다.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면 더.
이건 내가 사랑하는 그것들을 끝없이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내 친구 지유는 말했다.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간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사랑하는 그것들이 내 삶을 채우고 날 지탱해 줄 거라고.
나는 평소에 잘 오르지도 않는 동네 산을 멍하니 바라본다.
산꼭대기에서의 경치만큼
"인제 그만 편히 쉬어”
우리의 이 말들을 모두 듣고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이내 숨이 멈췄습니다. 코에 난 수염이 파르르 떨리다가 더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우리는 모두 지켜보았고 엉엉 울었습니다. 만약 그때의 의사의 의견을 듣고 안락사를 했더라면, 5년 동안의 아지와 함께 한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힘든 시간을 견뎌준 아지에게 고마웠습니다. 스스로 가족들이 모두 있을 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난 아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서울에 있는 소녀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싶어 기다려 준 아지를 떠올리면 소녀는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소녀가 14살이던 겨울에 데려와 28살 가을까지 14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지가 준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6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들이 모일 때면 아지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시절이 아니라서 화질이 안 좋은 사진 몇 장과 영상 한두 개 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그 기억들이 점점 잊히게 될까 속상합니다. 이제는 마음속에 살아있는 아지를 생각하며 어린 시절의 소녀를 함께 떠올립니다. 유년 시절 소녀의 질풍노도 시기를 모두 함께해 주고 소녀의 성장통을 알아봐주었습니다. 동물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한 생명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아지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동물을 무서워해서 키우게 된 것인데 오히려 과분한 사랑을
7명의 작가들이 함께 이어서 쓴 특별한 챕터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글을 이어가 주세요.
이제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하나 있다. 원자 간 공유결합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원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서로를 당기는 힘은 더 커지고 안정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일정 거리 이상으로 가까워지면 도리어 반발하는 힘이 커져 불안정 한 상태가 된다.
결국 서로를 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공유 결합이 형성된다.
사람 간의 관계도 결국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조건 거리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 사람의 모든 걸 알고 싶었고, 내 모든 걸 알리고 싶었다.
나와 다른 점을 인정하기보다는 고쳐서 같게 만들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더 불편해졌다.
기대치가 높아졌고, 실망하는 일은 더 잦아졌다.
어디까지가 나의 영역인지, 또 어디까지가 그 사람의 영역인지 불명확했다.
일정한 거리를 둔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안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어쩌면 그 적당한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나의 파트를 마치며
이 책이 언제쯤 당신에게 전해질지 모르겠다.
어쩌면 평생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고,
갑자기 어느 날 문득 설레는 기분에 들고 나갈지도 모르겠다.
괜히 부끄럽고 낯간지러워서 당분간은 보류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내 마음속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평소 스쳐 지났던 작은 감정과 생각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비록 이 책에 모두 실리지는 않았지만,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던 경험은 오래도록 남아
내 삶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 훗날 나의 20대를 돌아볼 수 있는 하나의 기록이 생겼다는 점이 참 좋다.
나의 단상들을 당신이 즐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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