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방 이야기공장/입점 도서 소개

[강릉 작가, 여행서, 에세이] 외지인의 시선에서 바라 본 강릉, 그럼 등 5명

강다방 2023. 1. 22. 18:35

 

 

 

 

독립출판물, 강릉 작가, 여행서, 에세이

외지인의 시선에서 바라 본 강릉
그럼, 여름, 케일라, 태리, 홍시

 


제목 : 외지인의 시선에서 바라 본 강릉
저자 : 그럼, 여름, 케일라, 태리, 홍시
펴낸곳 : 강릉시청
제본 형식 : 종이책 - 노출사철제본
쪽수 : 86쪽
크기 : 150x230mm
가격 : 비매품
발행일 : 2022년 12월 2일
ISBN : -

 

 

강릉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청년들의 창작을 돕는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 <강릉살자> 결과물로 제작된 책. 의(衣), 식(食), 주(住) 3가지를 주제로 외지인의 시선에서 바라 본 강릉을 담았다. 강릉 이주와 관련된 글은 주로 중장년이 쓴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젊은 청년들이 쓴 내용이라 더욱 의미있다.

 

 

 

작가 케일라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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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유난한 날에, : 네이버 블로그

차분하고도 격렬하게,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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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의 시선에서 바라 본 강릉
그럼, 여름, 케일라, 태리, 홍시

 

 

 

 

 

차례

들어가는 말 4p

Part 1. 의(義) 6p
홍시와 태리의 이야기 10p
인터뷰 1_아름다운 책방 책방지기 14p
인터뷰 2_뗀뗀 차일드 대표 유리 18p
인터뷰 3_오트톡톡 대표 최지원 24p
마무리 글 30p

Part 2. 식(食) 32p
여름의 이야기 36p
단골집 1_ 바그다드 카페 38p
단골집 2_ 버드나무 브루어리 42P
단골집 3_단지 46p
단골집 4_그리운 바다 성산포 50p
마무리 글 54p

Part 3. 주(住) 56p
케일라의 이야기 59p
주 (住)에 대한 단상_1 60p
주 (住)에 대한 단상_2 62p
주(住)에 대한 단상_3 64p
주()에 대한 단상_4 68p
마무리 글 74p

아트 디렉터 그럼's 노트 76p

 

 

 

 

 


들어가는 말

외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강릉

우리는 타지에서 모인 각인각색의 5인.
'강릉살자'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된 운명 같은 인연이자,
모두 강릉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친구들이다.

우리 다섯은 어느 날,
강릉에 살며 각자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논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연결된 '의(義), 식(食), 주(住)'

강릉에서의 삶을 시작한 비기너로서
어쩌면 오랜 세월을 살아온 토박이에게는 보이지 않을, 강릉의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외지인이라 칭하고
우리라서 알 수 있는, 우리만이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옮겨보고자 했다.

강릉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義),
강릉 사람들은 어떤 술과 음식을 먹는지 (食),
그리고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는지 (住).

강릉이 궁금한
더 잘 알고싶은,
이미 아는 강릉이지만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고 싶은,
그 모든 이들에게
외지인 다섯이 질문하고 얻은 답과 생각들을 공유한다.

그럼, 여름, 케일라, 태리, 그리고 홍시.
우리는 과연 강릉에서 시작의 용기를 얻고, 단골이 되고,
또 나만의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외지인 홍시와 태리,
강릉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義(옳을 의), 혈연이 아닌 사람과 맺는, 혈연과 같은 관계라는 뜻을 지닌다.

강릉 사람은 아니지만 강릉과 친해지고 싶은 우리. 친인척 하나 없는 이곳에서 과연 가족과 같이 끈끈하게 맺어져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강릉살자' 프로그램을 통해 우연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 중 강릉에서 또다른 시작을 맞이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강릉에 왔을 이들, 우리가 이들과의 대화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하나였다. 확신. 지금까지 내려온 결정이 나의 삶을 위해 꾸려온 것들이라는 확신. 현재의 내가 내리는 결정이 미래의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확신.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서 강릉에서의 새삶을 꾸리고 있는 세 사람이 각자 강릉에 오게 된 이유부터 새출발을 결심하게 된 계기, 그 과정에서 겪었을 고충이나 보람찼던 순간 등 어쩌면 당연하지만 듣고 나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질문을 허심탄회하게 던져보았다.

 

 

 

 

 


강릉에서 만난 '시작'하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이들을 인터뷰한 이유

Interviewee1 아름다운 책방(교동 헌책방) / 책방지기

이어령 선생님의 문장 대백과 사전을 구하고 싶어 찾아간 교동 헌책방.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책방지기님과 대화를 나누며 이 분이 오랫동안 사전을 좋아해서 연구해왔고, 예전부터 꿈꿔왔던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 일찍 은퇴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오랜 기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며 노력하고, 우연한 기회를 붙잡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책방지기 님.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책방지기님은 어떤 과정을 거쳐 '헌책방'을 시작하신 걸까?

Interviewee 2 뗀뗀차일드 / 유리
<강릉살자 4기>로 참여한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전 기수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쩌면 우리 바로 앞에 시작한 <강릉살자 1-3기> 사람들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의 우리처럼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일을 시작한 유리. 독립 3개월차에 접어든 유리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Interviewee 3 오트톡톡 / 최지원

강릉살기 3주차. 매일 사 먹는 자극적인 음식에 질려 갈 즈음 강릉에 살고 있던 친구들에게 추천받은 그릭요거트 집에 방문했다. 문을 열자마자 산뜻한 미소와 함께 친절한 인사로 반겨주신 최지원 대표님. 그런 대표님과 이야기 나누며 서울에서 강릉으로 돌아와 그릭요거트를 팔게 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할까 말까 고민하기보다 빠르게 결정하고 배움을 얻으며 성장하는 삶을 추구하는 최지원 대표님. 멋진 삶을 꾸리고 있던 서울을 벗어나 강릉에서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 이유는 뭘까?

 

 

 

 

 


와. 외지인 최초 강릉 단오제 축제 기획이라니 신기해요. 혹시 어떤 과정으로 단오제에 참여하게 되신 건가요?

저는 강릉에서 끊임없이 내가 하고자 하는 뭔가를 발견하고 계속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내가 찾으니까 사람들이 연결해 줬죠. 세상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 줘요. 뭔가 행동을 계속 보여야지 그 사람에게 손짓 해줘요. 박사 시절에 민속 연구회 같은 모임 활동에 많이 참여했어요. 그래서 그쪽으로 공부하다 보니 민속에 관심이 더 커져서 원래 전공은 현대 소설이었는데, 박사 논문으로도 '민속'에 관련된 걸로 썼어요. 그러다 운 좋게도 단오제 위원회에서 사람을 뽑았는데, 박사논문 덕분인지
추천을 받아서 뽑혀 참여하게 됐어요.

책방지기님은 왜 헌책방이 꿈이었나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좋아해서 어릴 적에 책방에 참 많이 다녔어요. 예전에 지역 신문에 연재 된 최성각 작가의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을 읽으면서 헌책방에 대한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책을 많이 모으고 싶다. 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었죠.

헌책방 운영하면서 좋거나 어려웠던 점, 또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책방을 운영한지는 3~4년 됐어요. 헌책방을 운영하면 좋은 점은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사실 헌책방은 수익성을 생각하면 못 하는 일이죠. 특이한 사연이라면 헌 책이 돌고 도는 속성을 보여줬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60대 할머니가 당신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을 오랫동안 기억하시다가 손자들에게 그 책을 보여주고 싶어서 알아보는데, 그 책이 이 헌책방에 있었어요. 그런데, 놀라운 건 어렸을 때 당신이 보던 바로 그 책이었다는 거예요. 책 속에 본인이 어렸을 때 했던 낙서 자국을 보고 알 수 있었죠. 참 신기하지 않아요? 이렇게 어린 시절에 본 책을 60대 넘은 나이에 다시 찾는다는 건 사실 기적이에요. 이런 일이 살면서 없을 법하지만 있다는 게 인생과도 같죠. 저는 당신이 그 책을 찾고자 그렇게 애를 썼기 때문에 다시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와 헌책방이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네요! 그럼 헌책방을 운영하시는 요즘 책방지기님의 하루는 어떤가요?

우리 책방에는 3명이 함께 일해요. 한 명은 전산 입력하고, 한 명은 책을 수거해오는 일을 하고, 저는 매장을 운영하죠. 근데 오프라인은 바쁘지 않아서, 주로 개인 일을 많이 해요. 연구하고, 글쓰고... 평소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신문을 읽어요. 그리고 개인적
인 일을 하고, 점심 먹고 오후에는 제 일하다가 손님들 오셔서 요청하면 책 추천도 해 드리고, 깨도 찾아드리고, 책에 관련된 이야기해달라고 말씀하시면 이야기도 해드리고, 중간마다 강연이 있을 땐 강연도 하러 가면서 시간을 보내요.

 

 

 

 

 

 

'글'이라는 큰 키워드는 같지만, 다양한 일을 해오신 것 같아요. 커리어 방향이 바뀌었을 때 어떤 생각이셨는지 궁금해요. 변화를 대하는 태도랄까요?

인생이 뭐냐고 물어보면 인생은 운칠기삼이라고 항상 말해요. "운이 70% 기회가 30%"라고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어요. 그런데 대충 했는데 된다?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해요. 대충 했는데 됐다면 그건 자기의 노력도 있지만 그 노력보다 운이 더 컸을 뿐이라고 봐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비슷하게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하늘에서 주는 보너스인 거예요.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과거의 나 또는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네가 좋아하는 걸 해라. 저는 그걸 너무 뒤늦게 깨달아서 후회했고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겠지만, 자신에 대해 일찍 발견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시간 금방 가요. 20대 정말 금방이에요. 그렇다고 너무 노파심 갖지 말고
내가 하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거기에 매진해 보세요.

 

 

 

 

 


인터뷰 2_뗀뗸차일드
"고민하는 시간들이 절대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에요"
- 뗀뗀차일드 대표 유리

안녕, 유리! 너에 대해 소개해 줘.

안녕 나는 <강릉살자> 1기 참여자 유리라고 해. 올해(2022년) 6월부터 강릉역 근처 포남동에서 가족들의 소중한 순간을 담는 사진 스튜디오 '펜뗀차일드'를 운영하고 있어.

※<강릉살자> 프로그램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행동의 가능성을 넓히고자 공동체에서 격의 없이 닉네임 사용과 반말 문화'로 소통하고 있다.

오 사진 스튜디오라니 멋지다! 원래부터 사진과 관련된 일을 했어?

아니. 나는 원래 영상을 다루는 사람이었어. 사진은 이제 막 처음 시작하는 거야. 에 오픈했으니까 2개월 차례 (웃음). 이전에는 7개월 정도 방송국에서 일을 했고 지인과 영상 회사를 창업해서 3년 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어. 원래 대학교 전공은 방송극작과야 그래서 우리가 흔히 보는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방송 기획 작가들을 뽑아서 양성하는 일 을 했지.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십자인대가 끊어진 적이 있었거든? 정식 노동자 가 아니다 보니, 언제든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었는데, 실제로 나는 이 경험으로 당장 일을 못 하는 상황이 펼쳐졌어. 그때 방황을 좀 하다가,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 서울에서 영상 회사를 창업해서 3년 동안 함께 일했어.

 

 

 

 

 


어떻게 강릉으로 오게 되었나요?

단순하게는 고향이 강릉이어서 돌아온 이유도 있지만 원래 제 목표는 4-50대까지 서울에 있다 가 노후에 강릉에 내려올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퇴근길 지하철에서 한강 다리를 보는 데 아름다워 보였던 서울의 야경이 갑자기 아름다워 보이지 않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저에게는 너무 기계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그때 당시 한 회사의 총괄 관리자로 일하고 있던 때여서 무척 힘들었고 건강도 나빠지고 있던 시기라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몰라요.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얼마 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강릉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원래 바리스타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이유로 커피가 아닌 '그릭요거트'를 판매할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오랜시간 바리스타 일을 하면서 잦은 카페인 섭취로 만성 위장장애를 앓고 건강이 악화되던 시기에 어쩌다 요거트를 접하게 되었어요. 든든하기도 하고 맛있고 심지어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기까지한 이 디저트를 고향인 강릉에 돌아와서도 먹고 싶은데 찾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문득 '커피의 도시 강릉인데, 건강한 카페는 왜 없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돼서 많은 분들과 건강한 디저트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릭요거트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그런 점은 없었어요. 애초에 창업 계기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아니었고, 그 당시 그림 요거트가 강릉에 없다 보니 희소성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해서 큰 부담은 없었어요. 물론 혼자 모든 것을 다 해야 해서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서울에서는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서울에 있을 때 보다 더 행복한 것 같아요.

 

 

 

 

 


사람들을 경쟁 구도로 만드는 것을 느꼈는데 여기에서는 경쟁이라는 게 모호해서 스트레스가 현저히 낮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고향이 강릉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강릉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등산을 가거나 근처 바다를 보러 바로 갈 수 있잖아요. 서울은 자연을 본다고 해도 가까운 한강 정도? 강릉에서는 자연을 보며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되지만, 서울에서는 소비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서울에서 살 때는 출퇴근에 차량 소음, 사람 소음에 신경이 곤두 서있을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도 성격이 세모가 아니라 별 모양이었던 것 같아요. 조금만 툭 건들어도 짜증이 났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여기 와서는 그렇지 않게 됐어요 강릉은 저녁 6시만 돼도 유동 인구가 적어지는 분위기에요. 저도 처음에 강릉에 돌아와서 3개월 정도는 적응을 못 했어요. 항상 시끌벅적한 서울에 있다가 너무 사람이 없으니까 '잘못 내려왔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질감이 너무 컸거든요. 그렇지만 그 이후로는 확실히 스트레스가 줄어듦을 느끼게 됐어요. 물론 교통에 있어서는 불편한 점이 있지만 바다 쪽이나 속초, 양양 같은 곳에 가지 않는 이상 어디든 충분히 걸어다닐 수 있어 좋아요. 새로 생긴 맛집이 멀리 있을 때 아니면 딱히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어요.

 

 

 

 

 

2

서른이 넘어서도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 집에 얹혀 살고 있다는 게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연년생인 남동생과 개동생까지 총 다섯. 서른 넘은 식구는 둘 이상 같이 사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던데, 우리집은 다섯 식구 모두가 사람 나이로 서른 이상이니 각자로부터의
독립이 한참 늦어진 셈이다.

늦어진 독립의 주된 이유로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자랐다는 점을 꼽고 싶다. 서울 어디 든 한 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는 거리. 대학에 입학해서도, 회사에 취직 해서도 물리적인 부담이 없어 독립을 향한 절실함이 없었다. 월세살이며, 전세 대출이며 늘 굳이? 라는 복에 겨운 물음표가 따라다니기도 했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의 우리집과 내가 자란 동네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부모가 고생 끝 에 마련한 신축 아파트에 (내 기준) 충분히 넓은 각자의 네모난 공간, 서로의 일상에 크게 관여 하지 않다가도 생일 아침에는 꼭 다같이 모여 케이크 위 초를 불고, 미역국을 먹는 가족 행사가 이루어지는 공동의 공간. 거기에 공원이나 산, 습지까지 동네에 다양한 환경이 존재해 개동 생과 산책하기 좋다는 이유까지. 나의 방과 우리 집과 이 동네를 벗어날 이유는 내게 없었다.

그러나 서른이 되면서부터는 달랐다. 평생 간섭이나 통제랄 게 없던 나의 부모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 또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엄마 친구들의 아들딸이 차례로 결혼을 하면서 엄마는 내심 불안에 빠졌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제때 졸업하고, 제때 취직해, 때마다 여행도 선물도 턱턱 해주던 자랑스러운 딸. 그런 당신의 딸이 뒤쳐지고 있다 생각했을까. 어느날 가족 외식 자리에서 엄마는 나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 딸 근데, 넌 비혼주의자인거야?
- 갑자기?
- 아니~ 연애도 안하는 것 같고~ 노력도 안하는 것 같고~
-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들켜서 조금 짜증이 올라왔다)
- 아니~ 그럼 너는 결혼을 할꺼야 말꺼야?
- ?? 그걸 나 혼자 정할 수 있어? 언제 가야지 하면 갈 수 있는거야?

모호하지만 분명한 의도가 있는 질문과, 그 뜻은 이해했지만 제대로 답변할 생각이 없는 날선 반격이 몇 차례 오갔고, 동생의 중재에 대화가 일단락 되었음에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그리고 이 총성 없는 싸움은 이제 본격적으로 불이 붙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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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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