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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후구의 초상, 예주

강다방 2023. 1. 10. 19:56

 

 

 

 

독립출판물, 에세이

후구의 초상, 예주

 

 

책 제목을 호구로 보고 산 책. 책방에 와서 자세히 읽어보니 호구가 아닌 후구였다. 동네 복집 수족관에서 만난 복어 후구의 관찰 일기다. 작가는 다른 복어와 다르게 유독 후구가 다르게 보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후구를 구출해 넓은 바다로 돌려보낼 계획을 꿈꾸는데... 과연 작가의 계획은 실현되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제목 : 후구의 초상
저자 : 예주
펴낸곳 : 플레어드
제본 형식 : 종이책 - 중철제본
쪽수 : 32쪽
크기 : 190x120mm
가격 : 8,000원
발행일 : 2021년 01월 23일
ISBN : 979-11-972904-1-1 (90620)

 

 

작가 예주(플레어드)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lared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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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Hugu>, drawing, text, installation, 2017
<후구의 초상>, 드로잉, 텍스트, 설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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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의 일이다. 그러니까, 후구에 대한 일종의 회고라고 할 수 있겠다.

늘상 지나다니던 동네 음식점, '동래복집'이라는 가게 앞에는 파란 수조 한쌍이 있었다. 나는 오며가며 그 수조를 구경하곤 했는데, 둥그런 방망이 같은 형태의 복어들이 물속을 둥둥, 데굴데굴, 둥둥 하며 회전하는 동시에 순환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 돌아와 그들의 서식지를 찾았다.

한국의 전 연해와 일본, 중국, 대만의 바다

은은한 푸른빛과 청록빛이 아른거리는, 때때로는 빠른 요속이 지나가고, 때로는 정적인 세계, 광활한 대양 속의 그들을 상상했다.

 

 

 

 

 

서울의 물고기들은 모두, 단색의 나작한 파란색, 딱 그런 파란색의 배경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새파란 수조는 크로마키 배경의 블루 스크린이었다. 오징어들의 뒤로는 깊고 고요한 남색 빛의 심해가 그려지고, 광어를 보면 녹갈색의 물빛과 모래가 그려질 수 있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얼마든지 나중에 CG로 채워 넣을 수 있는 그런, 만능의 배경 말이다.

 

 

 

 

 

나는 매일 그르 보러 가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서식지 중 하나인 일본해에서 불리는 이름에 따라 '후구'라고 지었다.

후구의 몸에는 가장 큰 점을 중심으로 네 개의 점이 있었고, 양쪽 아가미 옆 지느러미가 브이자 모양으로 패여 있었다. 그 외 나머지 지느러미는 모두 멀쩡했다.

눈은 깨끗한 상태지만 입가에는 흉터가 많았따. 서로 뜯고 뜯기는 좁은 수조에서, 그는 필사적으로 지느러미의 대부분과 눈을 지켜낸 것 같았다.

 

 

 

 

 

나흘째 되던 날,

나는 그를 구출해, 고속도로를 달려, 배를 타고 나가 동해바다 한가운데서 그를 놓아주는 상상을 - 고속도로를 달리던 승용차 안, 끌어안은 작은 수조 안에서 끝내 죽어버려 하얀 배가 뒤집히며 등 - 떠올라, 넘실거리는 물에 좌우로 힘없이 흔들리는 상상을 했다.

 

 

 

 

 

 

 

이 이야기는 2017년 5월, 우연히 복집의 수조에서 마주치게 된 복어의 관찰일지를 토대로 구성한 것입니다. 글에서 묘사된 후구의 외면과 행동에는 어떠한 허구도 없습니다. 그저 매일 그르 바라보고 기록했습니다.

저는 그의 태도와 눈빛을 기억합니다. 후구는 굳은 의지와 자존심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그 또한 저를 분명히 알아보았습니다. 제가 헛된 희망을 주었을까요, 아니면 공포감을 주었을까요.

그는 저에게 삶에서 지울 수 없는, 이미 관계 맺어진 일대일의 존재로서 남을 것입니다. 이 책으로 그를 기리며, 그의 예정된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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