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관련 도서
그래서, 강원
김민섭, 구선아, 윤태원, 방멘, 핀든아트
강원도에서 삶을 살아가는 5명의 에세이. 강릉과 양양, 영월, 인제, 춘천 5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울 공화국에서 서울이 아닌 강원도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민과 생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제목 : 그래서, 강원도
저자 : 김민섭, 구선아, 윤태원, 방멘, 핀든아트
펴낸곳 : 방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42쪽
크기 : 110x175mm
가격 : 12,000원
발행일 : 2022년 5월 31일
ISBN : 979-11-965935-9-9 (02810)
출판사 방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andbang/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래서, 강원
김민섭, 구선아, 윤태원, 방멘, 핀든아트
ㅂang
김민섭
너는 너의 바다가 되어줘
그래서, 강릉
구선아
영화스러운 해피앤딩
그래서, 양양 죽도해변
윤태원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그래서, 영월
방멘
매해 여름, 인제
그래서, 인제
핀든아트
개복숭아 나무 옆 하얀 이층집
그래서, 춘천
그래서, 강릉
너는 너의 바다가 되어줘
3년 전, 어느 주말 아침에, 밥을 먹던 여섯 살 아이가 무심히 말했다. "나, 바다에 가 보고 싶어"라고. 그러고 보니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그는 그때까지도 그림책이나 TV로만 바다를 보았다. 원주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만 가면 강릉의 바다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뿐 아니라 아내와도 함께 바다를 본 일이 없었따.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 그것을 왜
“이야, 여기 아직도 이런 게 나오나” 하고 지나가서 나는 몹시 들뜨고 말았다. 무언가 인증을 받은, 그런 기분이 된 것이다. 옆에서 에깅 낚시라는 것을 하던 청년은 오징어를 잡았다. 그는 그것을 들고 뛰어와서 아이들에게 “이것 봐, 내가 오징어를 잡았어!” 하고는 광어가 들어 있는 우리 살림망에 넣어주었다. 그날 나는 유튜브에서 "광어 회 뜨는 법”을 검색해 따라 하다가 네 점의 회를 떴다. 그 큰 광어에서 고작 네 점이라니. 그러나 내 인생 최고의 회였던 것 만은 분명하다.
다시 한 주가 지난 주말 아침에, 이번에는 누구도 바다로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몸이 움직였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바다로 간다.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갈 것이고 그러면 우리에겐 반드시 행복한 일이 생길 것이다.
주문진 아래로 사천해변, 사근진, 순긋, 경포, 강문, 송정, 안목, 남항진 그리고 다시 염전, 안인, 정동진 이런 해변의 이름이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처럼 익숙해졌다. 합정, 홍대, 신촌, 이대입구, 아현, 충정로, 시청.... 내가 어린 시절에 자주 타던 2호선의 노선을 외운 것처럼 나의 아이는 해변의 이름을 외워나갔다.
2년 전세 계약을 한 우리는 6개월 만에 그 전셋집에서 나왔다. 2021년의 봄이었다. 가을과 겨울 두 계절을 함께한 우리는 순두부마을이 있는 그 강릉의 작은 마을로 완전히 이주했다. 그즈음 아이는 강릉의 사투리가 입에 배었다. “뭐예요”라고 해야 할 때는 “뭐나” 라고 했고, “어디세요”라고 해야 할 때는 “어디 나”라고 했고, “왜요”라고 해야 할 때는 “왜나”라고 했고, “누구세요”라고 해야 할 때는 “누구나”라고 했다. 그래, 강릉 사람이 되었으면 강릉 말을 해야지. 나는 나를 찾아 강릉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낙오한 하루를 산 느낌이랄까.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도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하는 삶이 서울엔 가득하다. 하물며 나처럼 결핍투성이는 그 애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애씀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삶의 상처가 남은 흔적에서 조금 멀어지면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가끔은 아주 멀리 때때로 아주 가까이, 그리고 그 중간 지점에 양양이 있다.
양양을 처음 찾았던 건 대학 때 건축 사진 동아리 여행에서였다.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이면 조금 놀라지만, 나는 대학 때 건축을 전공하고 미술교육을 부전공했다. 그것도 나름 아주 열심히) 낙산사와 오죽헌과 하조대를 보기 위해 양양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이름 모를 다리 밑 돌덩이 위에서 우린 저녁을 먹었다. 많은 게 불편했고 불안했지만 아주 작은 일에도 웃을 수 있던 시절, 모두가 뜨거웠던 시절이라 뜨거운 여름 기운도 무색했더랬다. 이후에 몇 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주말과 휴가를 이용한 계절을 즐기기 위한 두 번째 주거 공간이자, 비어 있을 땐 서퍼들과 여행자를 위한 에어비앤비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방문할 때마다 빈집이 있나 마을을 둘러보았고, 어느 하루는 파란색 다마스를 타고 죽도해변을 중심으로 온 동네 집과 땅을 보러 다녔다. 부동산 몇 곳에 전화하며 매매 가격과 장기 임대 가격도 알아봤다. 하지만 점차 인근 서피비치를 비롯한 몇몇 서핑 마을이 핫플레이스가 되고 유명인이 건물을 짓고, 예능 프로그램 배경이 되고, 힙한 가게가 생겼다. 내 계획의 속도보다 개발의 속도가 빨랐고 고민의 속도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빨랐다. 그래서 결국 난 아직도 여행자로 이방인으로 이곳에 온다.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유명한 노래 가사를 인용하자면, 이처럼 영월에 살면 영월의 아름다움을 모르게 된다. 조금씩, 한지에 먹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건 특별히 이 지역이 영월이라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든 해당할 것이다. 아무리 유명하고 아름답고 대단한 관광 도시라 하더라도,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결국 '삶의 터전'이고, 산다는 건 여행이나 관광처럼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것과는 의미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낯선 곳에서의 설렘이나 환상은 조금씩 사라지고, 해결해야 할 현실의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처음 느꼈던 설렘은 당연히 시간이 흐를수록 무뎌지기 마련이다. 익숙해진다는 건 더 이상 아름다움을 찾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또 하나는 계절을 알아채는 방법이다. 사람들의 겉옷을 보거나, 뉴스에서 알려주는 정보로 계절이 바뀌었음을 아는 게 아니다. 냄새다. 괜한 시골 판타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허황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계절의 냄새가 다르다. 봄이 오면 시원한 풀내음이 나고, 여름의 시작에는 물비린내가 섞인 짙은 풀내음이 난다. 가을에는 탄내와 흙냄새가 나고, 겨울은 따갑도록 시리고 맑은 냄새를 풍긴다. 이건 분명 어린 시절에도 알아채지 못했던 일이다. 이제야 나이가 들어 계절 변화를 살피다 보니 냄새를 알아차리게 되었고, 구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앞서 말한 건 몇몇 예시일 뿐이다. 사실 일상에 큰 차이는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담배를 하나 태우고, 주식과 코인을 살펴보는 일, 올랐으면 기뻐하고, 떨어졌으면 분노하면서,
이렇게 별것 아닌 하나하나에도 감탄하던 그들은 당연하게도 두 번, 세 번, 네 번째 방문으로 넘어갈수록 리액션이 시들해졌다. “어? 여기 지난번에 왔던 곳 아냐?” “이거 지난번에 먹었던 거잖아?” “좀 색다른 건 없어? 현지인만 아는 뭐 그런 곳 말이야” 등.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이고, 당연한 결과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니까. 타지에서 여행을 온 사람들조차 이러한데, 생활의 터전으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익숙하고 무뎌졌겠는가. 사는 사람은 지역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반드시 가려지고 만다.
그러니까, 결국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는 말이다. 나는 사실 요즘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로컬 라이프에 대한 판타지를 경계한다. 아름다움, 여유로움, 자유로움으로 포장된 로컬의 삶, 물론 삶의 팍팍함과
* “어머니 친구 할아버지 것도 해드려야지.”
어머니가 얄밉다. 어머니가 최초로 입을 뗀 그 순간부터 할머니 산소 옆 이름도 알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벌초도 언제부터인가 우리 몫이 되었다. 살아 있는 자들의 최선은 어찌 됐건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살게 해 준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할아버지의 묘는 언제부턴가 너무 방치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자신은 벌초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은 채 부자(父子)에게 벌초를 종용하곤 한다. 벌초를 다 하고 나면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몇 가지 음식들을 차려놓고 몇 번의 절을 하고 몇 잔의 술을 묘에 끼얹는다. 다 하고 나서 묘를 등지고 나무들 사이로 살짝 보이는 마을을 내려다보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휴게소에서 느꼈던 공기의 무게, 냄새와 마찬가지로 이 시원한 바람의 느낌 또한 한결같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의 산소와 따로 또 같이, '그래, 올해도 고맙다'라고 할머니가 말씀
그저 춘천에 살면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몇 개월간은 이사에 대한 설렘 보다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정착이 먼저였으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벌써 9개월이란 시간이 지났고,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여긴 춘천이었다. 흔히 지방에서 느끼는 텃세란 것도 크게 느낀 적 없고 그렇다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넘쳐나는 정도 없다. 대형 백화점이나 종합 쇼핑몰이 있을 만큼 크게 발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동네마다 병원, 마트 등 편의시설이 있을 건 다 있을 정도로 낙후되지도 않았다. 극과 극이 없는 중립적인 도시. 좋은 게 좋은 거려니 하는 나의 성향과도 참 닮아있는 것 같다. 진취적으로 앞서 끌고 가지 않아도 소소하고 자연스럽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랄까. 커피집 그림 그리는 새댁이라 불리며 나도 이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인생에 무뎌져 벗어나고 싶지만 도전이 싫어
강다방 이야기공장
강원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이야기를 팝니다
강릉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독립서점, 헌책방, 출판사, 편지, 기념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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