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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소설]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 허현애

강다방 2022. 6. 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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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소설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 허현애

 

 

외로움을 맡아주는 전당포 이야기. 단 외로움 하나 당 소중한 기억 하나도 함께 맡겨야 한다. 책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에는 단편 소설 10편이 함께 들어있다. 작가는 소설을 쓰는 동안 외로웠다고 이야기 했다. 이 책을 통해 외로움이 공감이 되고 서로 경험을 공유하는 느슨한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

 

 

 

제목 :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
저자 : 허현애
발행처 : 허현애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62쪽
크기 : 148x210mm
가격 : 13,000원
발행일 : -
ISB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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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소설]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 허현애 : 강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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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허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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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
외로움과 추억을 교환하다
허현애 소설

 

 

 

 

 

차례

눈 / 002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 / 016
작업실 / 032
소개팅 / 048
마취 / 060
바캉스 / 078
나 홀로 집에 / 096
백묵 / 110
자백 / 126
종이배 접기 / 146
작가의 말 / 161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

소준을 기억하는 시간은 가장 소중하다.


“여기에서 외로움을 가져가신다고 들었어요.”

소준이 처음 왔을 때 나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채로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꾸벅 졸았다.


“저기요. 외로움을 맡기러 왔는데요.”


방문객의 소리가 힘없고 낮아서 나는 쉽게 깨지 못했다.


“외로워요.”


그 말에 번쩍 눈을 떴다. 외롭다는 사람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몸 을 일으켜 소준을 보았다.


"거기 앉아.” 오렌지 주스를 줄까 커피를 내릴까 고민하다 녹차를 우렸다. 소준은 소파 안쪽에 몸을 푹 들여 앉았다. 소준의진동에 나의 하얀 페르시안이 몸을 뒤척였다.


모리는 소준의 손길을 피해 내 품으로 걸어왔다.

 

 

 

 

 

전해들은 게 없어요. 연락한 지 두 달도 넘은 것 같아요."


“소중한 기억을 맡기면 외로움도 함께 사라져.”


나는 ‘8의 외로움' 서류를 클릭하고 동의서를 출력했다. 서 있는 소준 앞에 의자를 빼 주자 소준이 앉아 종이를 받아 들고 시험지처럼 꼼꼼히 문서를 읽었다.


“거기 있는 내용을 확인하고 이름 대신 오늘 날짜로 서명해 "


소준에게 펜을 주었다.

외로움과 소중한 기억을 교환한다. 외로움을 맡아주는 대신 소중한 기억도 함께 가져간다. 3개월의 계약 기간이 지나면 외로움과 소중한 기억을 다시 돌려준다.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외로움을 되찾아야 한다. 외로움을 다시 가져가지 않을 시에는 함께 맡겨 둔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

소준은 또박또박 문장을 읽었다. 한 글자도 빠트리지 않으려고 애 쓰는 모양이었다.


모리가 기억의 방 쪽으로 그르렁거렸다. 기억의 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모리를 안고 문 앞으로 갔다. 구두굽으로 문을 뻥차니 단숨에 문이 닫혔다.


나는 천천히 돌아와 소준에게 물었다.


"외로움을 얼마나 맡기고 싶어? 1부터 8까지 원하는 만큼 줘.“


"우선 3 만큼 맡기고 싶어요. 외로움이 8에서 5로 줄어들 하지 않을까요.”


“소중한 기억을 세 개 내놔야겠네.”

 

 

 

 

 

“세 개나요?” 소준이 두 번째로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외로움을 3 만큼 없애고 싶으면 네 추억도 세 개 줘야지. 소중한 기억을 여덟 개 떠올리고 순위를 매긴 다음 가장 소중한 기억부터 가져갈 거야.”


소준은 아래 빈칸에 자신의 소중한 기억을 되새기며 적기 시작했다. 기억 두 가지를 차례로 쓰더니 한쪽 턱을 괴고 3번 기억 앞에서 망설였다.


“한 번에 세 개를 빼앗기는 건 많은 것 같아요. 소중한 기억 두 개를 맡길게요. 외로움 2만 가져가 주세요.” 소준이 동의서를 두 손으로 쥐고 말했다.


“외로움 보관료로 소중한 기억 두 개를 두고 가. 오늘 날짜를 쓰면 바로 외로움이 사라지게 돼.”


소준은 동의서 아래에 조그맣게 써 놓은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 소중한 기억을 모두 잃은 뒤의 경고 문구를 지나친 게 분명했다.


소준이 오늘 날짜를 쓰는 동안 나는 모리를 안고 창문 앞에 섰다. 해 질 무렵이었다.


“앗, 죄송합니다.” 뒤로 다가온 소준이 나의 드레스 끝자락을 밟았다. 레이스 천에 큼직한 발자국이 남았다. "어떡하죠. 흔적이 남았는데. 날짜는 다 썼어요.” 소준이 말했다.


"가 봐.”


소준은 외로움 6의 상태로 돌아갔다. 나의 외로움은 소준이 맡긴 외로움만큼 늘어났다. 대신 나는 소준의 기억 두 개를 내 것처럼 추억할 수 있었다.

 

 

 

 

 


“그럼 글은 언제 써요? 쓰고 싶다면서요.”


"쓰고 싶어요. 가윤씨 보니까. 하고 싶은 거 맘껏 하는 모습 좋아 보여요.”


나는 말을 하며 가윤씨의 작업실을 두리번거렸다. 가윤씨니까 가능하다. 하고 싶은 걸 돈 걱정 없이 한다는 건 소수에게나 주어진 특권이라고, 순수과학을 전공한 것만 봐도 그렇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소설을 전공하려고 한 거지? 그때 난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좋으니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면 사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았으니까. 지금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다다르자 울적해졌다.


“원하는 지수씨 모습이 있어요? 난 있는데.”


“가윤씨가 원하는 모습은 어떤 거예요?”


“그림 파는 거요.”


“그림을 그려서 팔고 싶어요?”


“혼자 그리고 사진 올리고 그런 것도 좋긴 한데 계속 백수로 살 수 는 없으니까요. 내 작품을 누군가 사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정말 좋겠네요. 내가 원하는 모습도 비슷해요. 내 작품을 누군가 알아보고 값을 지불해주는 거.”


“우리 꿈이 같네요. 잘 통할 줄 알았어요. 지수씨가 식당에서 처음 인사했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이 사람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언가 만들어내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구나. 나와 같구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 당장 증명할 수는 없지만 답은 바로 나왔어요."


나는 덧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아 가윤씨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아무에게나 받을 수 있는 느낌은 아니거든요. 드물고 귀한 발견인...

 

 

 

 

 

가윤씨는 물통에 물을 받으러 화장실에 갔다.


나는 새하얀 도화지와 두께가 다양한 붓을 번갈아 보았다. 가윤씨가 돌아와 연필을 쥐고 앉았다.


“지수씨도 다음에 작업실 놀러와서 그림 그려봐요. 오늘은 내가 그릴게요. 지수씨는 오늘 글만 써요. 먼저 스케치를 혹시 원하는 그림 있어요?”


“생각나는 거 있어요. 수영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모습인데요."


"수영장이요?"


“얕은 풀에서 아이들이 미끄럼틀 타고 깊은 풀에서는 선수가 다이빙도 하고, 참, 야외니까 햇볕도 따가워야 돼요. 가윤씨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가윤씨가 뭔가 그리려고 자세를 취하는 모습인데 그 종이에 내가 글을 쓸게요.”


“쉬운 그림은 아니네요. 스케치 먼저 해볼게요."


가윤씨는 연필을 들고 구도를 잡았다. 가윤씨의 손에서 수영장 태어났다. 가본 적 없는 수영장의 모습이 생생했다. 아니, 언젠가 가본 것 같기도 했다.


“가윤씨는 그릴 때 망설이지 않네요."


"일단 그려보는 거죠. 내가 그리는 건 어차피 나밖에 못 그려요. 나답게 만든 작품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 지수씨 글도 그럴걸요...


사과 나밖에 못 그려요. 나 니까. 지수씨 글도 그럴걸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남편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맨몸으로 장가와 미안하다며, 신고는 몇 년 후에 하자는 그의 말을 나는 사랑으로 이해했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진실의 증거를 보여주려 했다. 부모님에게 증인 서명을 받고 혼인신고서를 내러 갔다. 며칠이면 처리된다고 하니 기념일 당일이면 법적으로도 부부일 거였다.

혼인신고서를 제출하고 돌아서는데 직원이 나를 불러세웠다. 배우자가 혼인 중이라 안 된다며 남편에게 사실을 확인하라고 했다.

구청 직원들과 사람들은 내가 마치 시한부 환자라도 되는 듯 애써 동정을 감추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런 시선을 견뎌야 할 까닭은 없었다.

그날 저녁에 모든 일을 알게 되었다. 모든 일은 아니었지만 모든 사실이라고 믿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지수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 잠깐 같이 살았던 적은 있지만 끝난 관계라며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지수가 계속 연락해 힘들다고, 사정이 어렵고 나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원하는 대로 해주고 일자리도 구해준 것이라 했다. 가족에 집착하는 아이라 관계를 빌려준 것뿐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몰라서 아직도 못했다며 무릎을 꿇었다.

남편의 말이 모두 다 사실인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남편을 믿었고 그를 불행에서 구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강으로 가기로 했다. 바다의 짠내가 간절했지만 시간이...

 

 

 

 

 

손님은 카드를 돌려받자마자 말했다.

"도윤이 엄마예요.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나는 앞치마를 벗고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 도윤의 엄마는 내가 중학교 때 좋아하던 선생님처럼 전문적인 옷차림에 우아한 말씨를 가지고 있었다. 자리를 알ㄴ내했지만 도윤의 엄마는 바로 앉지 않고 가게를 천천히 둘러보다 종이배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지윤이가 이쁜 종이접기 선생님이라더니, 정말 그러시네요."

"아닙니다. 안 그래도 도윤 학생 어머니께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 하나 그러고 있었어요.” 내가 말했다.

도윤의 엄마는 커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잠시 멈춘 뒤에 답했다.

“도윤이 때문에 실례를 무릅쓰고 오게 됐어요. 며칠 전에 도윤이가 다른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동네 학교에 가겠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집에서 멀고 기숙사에 들어가야 해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일학년 때부터 준비했던 학교거든요. 옆에서 지윤이가 종이접기 얘기를 해서 알게 됐어요. 도윤이가 선생님이랑 보내는 시간을 많이 좋아했나 봐요.”

"아니에요, 선생님은 무슨, 도윤이가 선생님이었죠. 제가 도윤 학생 시간을 뺏었어요. 죄송합니다.”

'도윤이가 어려서 아직 몰라서 그런 거니까 사장님이 공부 그만하자고 말씀 좀 잘해주세요. 제 말은 안 듣네요.”

도윤의 어머니가 나가고 나서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말이 지나고 평소처럼 들른 도윤에게 나는 이제 가게에 오지 말라고 했다. 손님이 늘어서 영업에 방해된다...

 

 

 

 

 

외로움을 찾아가며

쓰는 동안 외로웠다. 쓰면서 느낀 외로움을 기억한다. 외로움이 소중한 이유는 나의 일부라서다. 쓰는 목적은 문장을 통해 결국 사람에게 닿기 위함인데 다 쓰기까지는 사람에게서 나를 떼어 놓아야 했다. 그렇게 관계를 얼렸다.

쓰기는 쓰기로 충족되어도 곧 읽히기를 바란다. 제목과 차례, 본문 을 지나 이곳까지 나를 읽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나는 꿈꾼다. 독자 마음의 독자를, 이제 쓰기보다 읽으려 한다. 독자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받아적으면 된다. 잠시 멈춰 세계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외로움이라도 읽을 수 있다면 계속 쓰고 싶다.


2021년 겨울
허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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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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