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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제주에서 먹고 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김수희

강다방 2023. 2. 8. 22:31

 

 

 

 

에세이

제주에서 먹고 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김수희



방어, 레드향 파는 책방지기의 에세이. 전직 방송 작가답게 글을 맛깔나게 아주 잘 썼다. 제주와 강릉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고,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꿈꾸며 한 달 살이를 해본 경험,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처지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제주나 강릉으로 이주를 꿈꾸거나 책방을 계획하거나 (혹은 운영하고 있거나) 하는 사람들에게 더 추천하고픈 책.

 


제목 : 제주에서 먹고 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저자 : 김수희
펴낸곳 : 인디고(글담)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236쪽
크기 : 120x184mm
가격 : 14,500원
발행일 : 2022년 11월 7일
ISBN : 979-11-5935-132-7 (03810)

 

 

제주 금능책방 아베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stay_avec/

 

출판사 인디고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euldam/

 

 

 

 

 

제주에서 먹고 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김수희 에세이
★ 20년 차 방송작가의 100% 리얼 제주 정착기 ★

 

 

 

 


육지 사람이지만
제주 사람이기도 하고요?!

"제주 분이세요?"

책방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자, 대답하기 참 애매한 질문이다.

"아버지 고향이 제주이긴 한데, 저도 육지에서 내려왔어요"

이 단순한 대답은 수년에 걸쳐 다듬어진 것이다. 원래 대답은 좀 길었다.

"아버지가 제주 분이신데, 고등학교 졸업하시고 육지로 올라가셨고, 어머니는 육지 분이시고, 두 분은 지금 서울에 계시고, 저는 본적이 애월이긴 하지만 육지에서 태어나 자랐고 어쨌든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이에요."

 

 

 

 


그냥 육지 사람이에요." 혹은 "제주 사람이에요."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이렇게까지 길게 답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질문한 사람도 당황스러울 TMI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래도 나는 제주 것'이라는 정통성과 육지 것'의 도시인스러움,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나름의 계산이 들어간 대답이기 때문이다. 육지 사람들에게 '나도 너희처럼 육지 사람이지만, 지금은 제주에 살아라고 하면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받는다. 제주 어르신들은 '나도 제주인의 피가 섞여 있어요'라고 했을 때 경계의 눈빛을 푼다. 사람에 따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가동질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겠다는 얍삽한 계산 기회주의적이고 요상하고 같잖은 우월의식이라는 거 안다.

뭐 이런 황당한 계산법이 있냐 싶겠지만 실제로...

 

 

 

 

 

돌고래 울음 같기도 한 소리에 주위를 둘러봤다. 주변에서 움직이는 것은 바다에서 자맥질하고 있는 해녀들뿐이었다.

'아...... 저 소리가 말로만 듣던 숨비소리구나!'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물 밖에서 내는 들숨과 날숨 사이의 호흡 한 줌. 주황색 부표를 띄워 놓고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나오면서 내뿜는 소리. 너무도 신비로웠다. 물질하는 해녀들과 내가 저 휘파람 같은 소리로 묶이는 듯했다. 한낮에 만난 비현실적인 소리에 나는 홀리고 있었다. 라인 강의 뱃사공들이 왜 로렐라이에게 홀리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크게 들리는 소리가 물질하고 있는 해녀들의 저 작은 몸통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더 가까이서 듣고 싶었다. 멍하니 숨비소리를 듣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살고 싶어졌다고 해야 하나? 죽고 싶단 생각을 했던 건 아니지만 사는게

 

 

 

 

 

재미없고 더 이상 재밌는 삶이 앞으로 내게 있을까 싶을 때였다. 그런데 숨비소리를 넋 놓고 듣고 있자니 잘 살고 싶어졌다. 지금도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더 잘 살고 싶어졌다.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졌다. 그렇게 비양도 바닷가 현무암 위에 앉아 사연 있는 여자처럼 한참 숨비소리를 듣다가 본섬으로 나가는 배 시간에 맞춰 일어 났다.

2014년 제주에 내려왔을 때 나는 30대 중반이었고 방송작가 연차로는 13, 14년 차였다. 소위, 잘 팔릴 때였다. 여기저기에서 많이 찾는 연차와 경력이었다는 건데, 수요가 많을 연차에 나는 제주살이를 시작했고, 친구들은 서울에서 자기 자리를 지켰다. 나는 '마흔 될 때까지...

 

 

 

 

 


서울에 있을 땐 다들 비슷한 선상에 있던 친구들과 여러 면에서 간격이 벌어졌다. 친구들이 가진 숫자와 내가 가진 숫자의 격차가 커진 만큼이나 마음의 거리도 멀어졌다. 내가 제주에서 파도에 둥둥 떠다니며 사는 동안, 육지에 있던 친구들은 성실하고 탄탄하게 커리어를 다져 나갔다. 커리어뿐 아니라 통장 잔고, 재테크, 부동산 등 친구들의 성장과 발전에는 가속이 붙는 거 같아 보였다. 나만 제자리걸음이었다. 아니, 제자리걸음이 라면 몸풀기하는 중이라고 허세라도 부리련만, 왜 나는 문워크를 하고 있는가.

누구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다더라, 누구는 무슨...

 

 

 

 

 

명절 전 대중목욕탕처럼 해수욕객들이 바글거렸다. 그러나! 해수욕장엔 사람이 저리도 빽빽한데, 마을 안쪽 골목 틈에 숨어 있다시피 한 '아베끄'의 매출은 처참했다. 그날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책 한 권이 겨우 팔린 날도 있었다. 성수기인데? 성수기잖아? 성수기라니까! 제주도가 가라앉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나날 속에서 '아베끄'의 비루한 매출 장부는 사장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자괴감과 근심과 한숨이 차곡차곡 적립되고 있을 때! 책에는 관심 없고 책방을 사진 찍기 좋은 예쁜 카페 정 도로 생각해 찰칵거리는 사람들이 울고 싶은 사람 뺨을 갈겨 주었다. 분노 버튼을 힘껏 눌러준 것이다.

마감 한 시간 전까지 연필 한 자루밖에 못팔았는데, 사진만 찍고 가거나 화장실만 쓰고 가는 손님들이 이어 졌다. (이런 사람들까지 손님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비워야 한다. '아베끄'가 예뻐서 그런...

 

 

 

 

 

이 공지를 보고 웃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불쾌해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자의 기분을 망쳤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예상대로 사진 한 장 가지고 치사하게 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치사한 게 맞다. 나는 속이 좁은 자영업자니까. 먹고사는 문제 앞에선 대부분이 치 사해지는거니까. 이 공간은 여행자를 위한 공간도, 개인 사진 촬영 스튜디오도 아니다. 이 공간으로 나와 두 마리 강아지가 먹고 살아야 하는 생활 터전이다. 나는 책방 운영자일 뿐 여행자의 기분을 맞춰야 하는 여행사 직원도 아니고, 관광지 문화해설사는 더더욱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베끄'는 관광지가 아니다.

 

 

 

 

 

"죄송하지만 사진 촬영은 책 구매 후에 해주세요"

덧붙이는 이야기

'아베끄' 첫 번째 규칙 안내문이 붙은 날로부터 2년이 훌쩍 지났다. 금능은 드라마 촬영지로, 각종 예능에 등장해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고, 화장실만 쓰고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중화장실도 아니고 말이야. 책은 한 권밖에 못팔았는데 다섯 팀이 연속으로 마당 화장실을 쓰고 간 날 저녁, 나는 막힌 화장실 변기를 뚫으며 두 번 째 공지 사항을 써야 하나, 화장실에 열쇠를 달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자물쇠를 달았다. 치사하게 화장실에 자물쇠라니! 하지만 화장실 자물쇠로 제일 불편해진 사람은 나였다. 화장실이 급해 달려갔는데 열쇠가 없어...

 

 

 

 

 

코로나 4차 대유행 조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던 2021년 7월. 더 이상 무료 예약제를 하느니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유료 예약제를 선택했다. 말 그대로 선택이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나름 합리적인 이용 요금인 만원을 예약금이자 이용료로 선택했다. 시행 첫 주는 1시간 1팀(최대 4인) 유료 예약으로 '아베끄'를 오롯이 누려 주세요!'라는 공지가 무색하게 손님이 없었다. 아베끄 유료 예약제에 대해서 팩트 폭격 기인 친구는 이런 말로 나에게 겁을 주었다.

"아베끄'는 비호감의 길을 걷기로 한 거야? 거길 누 가가겠어? 나 같아도 안 갈 거 같은데. 책방을 누가 만 원이나 주고 가? 갤러리도 아니잖아?"

 

 

 

 


아니라는 건 알지만 몇날 며칠 고민했던 선택이 비호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속상했다. 그날 밤 한숨만 쉬다가 잠들었다.

''아베끄'는 어디로 가는가. 내 선택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나. 정말 비호감이 되는 걸까.'

친구의 염려대로 유료 예약제 이후에 진지한 리뷰 하나가 달렸다.

댓글

어제 가보니 코로나 시국이 심상치 않다는 명목으로 사전 유료 예약으로 바뀌었어요.

책 사러 가는 작은 서점에 사전 예약이 왜 필요한가요? 그것도 유료로? 감성 값인가요?

다른 제주 독립 서점에 비해 뭐가 그리 특별한 건지, 사장님이 잘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역시 진심이었다. 고기 팔아 책방에 책 사고, 책방에서 책 팔아서 또 고기 사 먹으려는 사장님아의 무한 루프. 결국 책방도, 공구도 먹고살려는 몸부림이었다.

이 처절한 몸부림을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했다. '얘 좀 봐라?'라는 호기심은 주문으로 이어졌다. 단순 호기심이었든 사장님아의 몸부림에 대한 "옛다 주문"이 었든 첫 공구는 완판! 입소문까지 타기 시작했다. SNS 팔로우도 늘어났다. 아베끄가 뭐하는 덴지도 모르고 제주의 정육식당인 줄 알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초심자의 행운이었겠지만 아베끄의 첫 공구는 성공적이었다. 공약(?)했던 대로 돼지고기 팔아서 번 돈으로 신 나게 책들을 주문했다. 돈 걱정 안 하고 리스트에 책을 담았던 적은 처음이었다.

 

 

 

 

 


책엔 돈을 안 써도 먹는 데 돈을 쓰는 사람이 세상엔 훨씬 많다. 어쩔 수 없다. 지갑이 얇아질수록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문화예술비고 책 사는 돈은 문화예술비 항목에 들어가니까. 책 좋아하는 사람보다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 바로 그것이 아베끄 공구의 사이드 이펙트였다. 아베끄가 뭐하는 덴지도 모르고 '제주에 돈마호크 공구 하는데' 혹은 '제주의 맛있는 거 파는 데'라고 해서 들어 온 사람들 중에 아베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책과 책방에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 이런 형태의 동네 책방도 있다는 걸 알린 셈이다. 먹고살려고 가재만 잡으려 했는데 계획에도 없던 도랑까지 치게 됐달까? 돈마호크 주문이 아베끄 책 주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겨울에 아베끄에서 돈마호크를 주문해 먹었었다며 책방에 찾아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사가는 엄마도 있 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도시를 미워하게 됐을까요?

'도시'라는 두 음절에서 나는 회색 냄새는

사람을 참숨막히게 해요.

당장 이 도시만 아니면 숨을 쉴 수 있을 것처럼.

근데 언니..... 나는 도시가 너무 숨이 막혀 섬에 들어왔는데

'섬'에서는 도시와는 다른 외로운 냄새가 나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만은 아니에요.

도시를 벗어나도 그곳이 먹고 사는 것과 연결되면

다시 숨막히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오는 외로움이랄까.

도시만 벗어나면 숨도 잘 쉬어지고 덜 외로울 줄 알았는데.

 

 

 

 

 


그리움의 대상은 미화되고 가진 것들을 폄하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도시는 좀 억울할 거 같아요.

우리, 도시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고요.

도시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시골도 너무 추켜세우지 말고요.

어쩌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지금으로선 우리에게 잘 맞는 곳일 수도 있어요.

나는 제주, 언니는 서울.

시간이 지나면 우리랑 어울리는 곳이 더 분명해지겠죠.

 

 

 

 

워니'라고 소개한다. 배우 강동원에게 고소당할까 봐. 사실 은근히 바라고 있기도 하다. 강동원 씨에게 고소 당하면 법원에서라도 한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변호사나 매니저가 나오면 안되는데.......

강동원 씨. '아베끄' 강동워니의 이름에 대해서 법정 공방을 원하신다면 당당하게 직접 법정에 나와 주세요. 그리고 인증 샷 한 장만....... 부탁드립니다. 사실 배우 강동원 씨가 '아베끄'에 와서 아베끄 강동워니를 안고 사진 한 장만 찍어줬으면 하는 소박한 꿈이 있다. 배우 강동원 씨를 알고 계시거나 연결고리가 있으신 분들, 소문 널리 널리 퍼뜨려 주시길 바랍니다. 제주도 금능에 작은 책방에 가면 웰시바리(웰시코기와 발바리 믹스) 강동워니가 있다고. 가만히 보면 강동원 씨랑 닮은 것도 같다고. 소문 많이 내주세요.

 

 

 

 


혹여라도 제주 혹은 전국에 있는 여느 시골집 리모델링, 귀촌 귀농에 판타지나 로망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할 게 있다. <삼시세끼>나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집은 스태프들이 수리해 준 집이거나 세트장일 뿐, 시골집이 자기 혼자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시라! 정겨운 시골집 하나 개조해 서 장사나 할까 하는 계획이 있으시다면, 리모델링할 돈 으로 땅 사서 신축 건물을 짓는 걸 추천하는 바입니다. 당연한 말을 뭐 이렇게 장황하게 푸느냐 싶겠지만 정말 장난이 아니다. 물론 고쳐놓고 보면 뿌듯하다. 보면 볼수록 그 세월의 묵은 때에 정이 가는 것 역시 신축은 비할 바가 못 된다. 올드패션, 레트로, 빈티지 감성이 달리 유행이겠는가. 그 맛에 시골집에 사는 거겠지만.

 

 

 

 

 


이런 불편들 때문에 제주가 싫은 것이 아니다. 여러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좋다는 뜻이다. 여행자들은 놓치는 불편함이 이곳에도 당연히 존재 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여행 와서 묵는 예쁘고 깨 끗한 숙소에서 여행자들은 요일별 분리수거도, 검은 곰팡이들과 싸울 일도, 눅눅해진 침구류 건조도 할 필요가 없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20리터씩 나오는 제습기의 물을 비울 필요도 없다. 그저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제주를 누리다 가면 된다. 하지만 이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 생활 전선이 되면 제주는 도시와 다름없는 치열함이 상존하고, 생활상의 불편과 귀찮음이 무성하다. 지긋지긋하다고 여기는 인간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도...

 

 

 

 


그렇게 귀여웠던 잡초 사이에서 텃밭 쌈 채소들은 힘껏 살아 주었다. 살아서 잡초와 한 덩어리가 되어 갔다. 이미 쌈채소의 기능은 상실되었다. 그리하여 곶자왈(제주 덤불숲을 뜻하는 제주어)이 된 나의 첫 마당과 정원은 온갖 곤충과 파충류들이 살고 있는 생태 학습장으로 거듭나 버렸다.......고 추정된다. 감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텃밭을 만들지 않는다. 쌈 채소는 마트에서 사먹는 거다. 바질이나 허브, 제철 꽃모종 정도를 적당히 심고 있다. 가드닝은 주제 파악에서 시작되 어야 한다. 내가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인가, 내가 얼마 나돈이 많은 사람인가에 대한 고찰.

 

 

 

 


당장 오늘 책을 주문 해놔야 다음 주에 책을 팔 수 있는데 말이다.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할머니가 되지 못한 채 죽을 수 도 있는데, 뭔 놈의 how to die, well-dying이란 말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책 주문 리스트에 '죽음'과 관련된 책들을 잔뜩 넣는다. 그리고 '아베끄' 책장 한 칸은 '죽음'에 관련된 책으로 채워둔다.

가끔 책방에서 주인장의 추천 도서를 묻는 분들께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죽음'에 대해 관심 있으세요?"

대부분 손님은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되묻는다.

"죽......음이요? 아......(그건 쫌 별로!)"

 

 

 

 


외할머니는 '아베끄'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당신이 나의 '아베끄'를 보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우라질년, 잘해놨네"

혹은

"이래 가지고 안굶어 죽고 살아지겠냐?"

굶어 죽기 직전이라고 했으면 뒤로 용돈 좀 찔러주셨으려나. 살아생전 뒤로 안 찔러주셨으니 하늘나라에서 물심양면 찔러주셔서 '아베끄' 대박 나면 좋겠다. 할머니, 나도 조상 덕 좀 보고 싶어. 친손주만 챙기지 말고 외손주도 챙겨줘. 이승에서 친손주 많이 챙기셨잖아. 아직도 이런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 나는 철들려면 아직먼 거 같다.

 

 

 

 

 


★ 제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
(제주살이 7년차,친구 따라제주에 내려온 직장인)

아기자기한 돌담길과 바다를 보며 마시는 향긋한 아메리카노, 한치회와 한라산 소주, 그리고 제주에서 만난, 혹은 제주에 나를 보러 오는 친구들.

★ 서울에서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있어요
(제주살이 9년 차, 작은 그릇가게 주인)

너무 열심히 사는 것을 중단하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제주로 왔어요. 하지만 서울에 살 때보다 더 치열하 게 살고 있어요. 먹고사는 일이 다 그런 거란 걸 알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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