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강릉 주문진/바다는 잘 있습니다

시골살이의 기쁨과 슬픔

강다방 2017. 12. 19. 20:41

 



시골살이의 기쁨과 슬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에서 태어났고 세번째로 큰 도시에서 자랐다. 그리고 시골에서 사는 삶을 동경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기 위해 강릉 주문진으로 이사했다. 사실 아직 집을 찾지 못해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긴하지만... 몇 달동안 강릉 주문진에서 살며 느낀 시골살이의 기쁨과 슬픔을 정리해본다. 주문진읍은 다른 시골 마을과 비교하여 큰 규모의 읍이다. 강릉과의 교통편도 잘 되어있고 편의 시설도 많은 편이다. 심지어 롯데리아도 있다! 따라서 주문진이 아닌 다른 시골 마을의 경우, 시골살이의 기쁨(?)과 슬픔(?) 강도가 더 강할것을 염두해둬야 한다.


요즘 제주도 한달살이 등이 유행이다.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게 생활하는 삶은 모든 도시인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돈을 쓰며 장기간 여행하는 것과 그곳에서 돈을 벌며 사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도시에서 살다 귀촌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꼭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몇 달 또는 몇 년 해당 지역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시골 생활은 여유와 낭만이 가득한 공간이 아닌 치열한 삶의 현장에 더 가깝다.




시골살이의 기쁨


1. 공기가 좋다. 그래서인지 피부가 좋아지고 있다.


2. 교통체증이 없다. 단,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로 해안도로가 막히기도 한다. 그래도 주문진읍 내 웬만한 곳은 도보 30분 이내로 이동 가능하다.


3. 북적거리지 않는다. 출퇴근길 지하철, 버스는 이곳에서 먼나라 이야기다. 해가 지면 문 닫는 곳이 많기 때문에 적막하기까지 하다.


4. 바다가 가깝다. 걸어서 5분 정도면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걸을 수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매일 바닷가 해안도로를 산책해야지 생각했는데... 정작(?) 이곳에 오니 바다를 잘 안가게 된다.


5. 집 값이 저렴한 편이다. 도시에서 원룸하나를 얻는 금액으로 과장해서 시골 아파트 전세를 얻을 수 있다. 단, 아직도 연탄보일러, 집 밖에 화장실이 있는 곳도 많고, 국유지에 지어진 집, 땅 주인과 집 주인이 다른 집. 무허가 건물 등도 많다.




시골살이의 슬픔


1. 물가가 높은 편이다. 서울, 수도권과 비교하여 식품, 생필품 가격이 비싸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시장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잘만 찾아보면 쉽게 저렴한 곳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기본적으로 물건 종류 자체가 많지 않고 가격도 싸지 않다. 단, 집값은 서울이나 수도권과 비교하여 저렴하다.


2. 쇼핑할 곳이 없다. 높은 물가와 이어지는 내용이다. 도시에 살 때 취미(?) 중 하나가 밤 늦게 집 옆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마감 세일하는 음식들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그런게 없다. 동네 슈퍼나 마트에 있는 빵도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빵은 없고 보름달, 카스테라, 단팥빵, 소보로 같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빵만 있다...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나의 사랑 짜장면 탕수육 1인 세트도 시골에서는 보기 힘들다. 또한 스파 의류 브랜드 친구들이 카카오톡 메세지를 날려도 버스타고 1시간 가까이 시내로 나가야 한다. 1시간 나가도 없는 브랜드들이 훨씬 더 많다.


3. 차가 없다면 이동성이 떨어진다. 모든 시골의 문제이다.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 많으며, 운행 시간도 길고 빨리 끝난다. 그래서 시골에 산다면 차는 필수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아직 차가 없다. 자율주행차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고... 조만간 돈이 모이면 차를 사야 할 것 같다... 10시 이후에 지하철과 버스를 탈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 받은건지 이곳에 오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 했다.


4. 일자리가 많지 않다. 아직 충분한 돈을 모으지 못한 젊은 청년이라면, 도시에서 생활하며 더 많은 기회를 만나는 것이 나은 선택일지 모르겠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시골에서 도시로 떠난다.


5. 사람이 사는 곳은 당연하지만 시골의 폐쇄성은 생각보다 강하다. 한두다리만 건너도 거의 동네 모든 사람과 엮일수(?) 있다. 때로는 도시의 익명성이 그립기도 하다.




주문진에 오기 전 제주도 중산간 작은 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1달동안 산 적이 있다. 마을에 슈퍼마켓은 없었고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1시간마다 다니는 버스를 타야 했다. 편의점은 딱 3곳 있었고 음식점들도 10곳이 채 넘지 않았다.


그래서 도시를 떠나 게스트하우스 위치를 선정할 때, 그 때의 경험이 많은 고려사항이 되어주었다.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가, 주위에 대형마트는 아니여도 대형슈퍼마켓이 있는가, 도서관이 있는가, 패스트푸드점이 있는가 등... 그래서 결정한 곳이 시골 중에서도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주문진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시골에 내려왔다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2017년 농촌진흥청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100명 중 약 7명은 귀농, 귀촌에 실패한 뒤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역귀농 사유는 소득 부족(37.8%), 농업노동 부적응(18%), 이웃 갈등·고립감(16.9%), 가족 불만(15.3%), 생활불편(12%) 순이었다. 귀촌인 역시 소득 부족(44.2%), 생활불편(37.3%), 이웃 갈등·고립감(7.7%), 자녀교육(7.1%) 등을 농촌적응 실패 원인으로 들었다.

 

가볍게 시작한 글인데 쓰다보니 무겁고 진자한 글이 되어버렸다. 다만 한 번 더 강조하면... 충분한 자금이 없다면, 그 지역에 연고가 없다면 귀촌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 수 있다. 그러니 귀촌을 생각한다면 정말 신중했으면 좋겠다. 귀농,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골살이의 슬픔보다는 기쁨이 더 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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