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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창업 준비 과정

 

비도 오고 그래서 적어보는 게스트하우스 창업 준비 과정. 나중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이불 팡팡하겠지만, 왜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의 시작했는지,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정리해봤다.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지도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면서 그 과정을 정리하고 기록하려 했었다.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때로는 내가 과연 게스트하우스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 내일 포기하고 그만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포기와 실패에 대한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어찌되었던 강다방 게스트하우스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고, 이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지도 몇 달이 지났다. 아직 당장 몇 달 뒤, 문을 닫는 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실패를 하건 성공을 하건 지금 이 순간이 이 글을 쓸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어떻게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했는지 적어본다.

 

 


1. 여행

 

인도

대학생이 되면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다짐했다. 고등학생 시절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이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은 여름방학이 되었을 때, 인도 여행을 가려 계획했다. 하지만 계획만 세워놓고 준비를 하지 않았다. 여름방학이 되기 전 급하게 알아본 비행기표는 비쌌고, 여행 경비는 아무리 계산해봐도 턱 없이 부족했다. 그 전까지는 그냥 여행만 생각했지, 구체적인 여행 경비나 계획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 해 여름 방학 인도 여행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겨울방학이 되었다. 항공권도 예약했고 여행 자금도 어느 정도 모았다. 꽤 진지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다. 도중에 포기하긴 했지만 인도에서 사용하는 힌디어도 공부했다. 인도로 가는 가장 저렴한 항공편은 일본을 경유해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인도로 출발하는 비행기였다. 그래서 일본에 도착해 항공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여행이라는 기대감, 혼자라는 불안감과 두려움, 처음 가보는 해외라는 사실에 자다깨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인도 여행의 초반은 굉장히 무섭고 힘들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난생 처음 보는 거리와 풍경은 낯설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씩 흐를수록 환경에 적응했다. 인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되었다. 당시 인도를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여행자들이 모이는 게스트하우스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

짧았던 인도 여행이 끝 난 뒤, 단기 여행에서 더 나아가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우연한 기회로 학교에서 교환학생을 모집했는데, 운 좋게 교환학생으로 선정되어 1학기 동안 중국에서 지냈다. 중국에서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을 만났다. 나와는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과 만났다.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여기는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 차이와 다름을 알아가는게 재미있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기보다는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보려 더 노력했던 것 같다. 학기가 끝나고 티벳과 시안, 우루무치 등 실크로드 길에 위치한 도시들을 여행했다. 중국이지만 중국과는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여행 중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다. 무엇보다 저렴했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으니까. 여행자들이 모여 이야기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좋았다.


유럽

인도 여행과 중국 교환학생을 통해 동양권 문화는 어느 정도 경험했고, 서양권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해보고 싶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할 때 영어가 중요하니 영어 공부도 할 겸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를 찾았다. 그래서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유럽은 저비용항공사가 잘 발달되어 비행기 값이 굉장히 저렴했다. 그래서 아일랜드에 있는 동안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을 여행했다.

 

여행을 하며 다양한 숙박 형태를 이용했다. 게스트하우스는 물론 B&B, 카우치서핑, 우프도 경험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이 곳은 이 부분이 좋았고, 저 곳은 저 부분이 좀 아쉬웠구나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그저 여행이 좋아 별 생각 없이 다녔지만, 그 때의 경험들은 지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때 큰 기본과 바탕이 되어주는 것 같다.

 

 


2. 졸업 후 취업

 

워킹홀리데이가 끝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 일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취업이 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바로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하는건 어떨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처음 인도여행을 준비했을 때처럼, 사회인이 되었을 때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할 자금도 경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게스트하우스를 바로 시작하지 않기를 참 잘 한 것 같다.

 

2년 정도 회사 생활을 했다. 어느 날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했다. 새벽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데, 문득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서 죽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이 너무 불쌍하고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고, 통장은 조금씩 넉넉해져갔지만, 10년 뒤의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고, 그들의 인생이 잘못되었다고 말 할 수 없지만 적어도 10년 후의 내 모습이 내가 다녔던 회사의 사람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되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는 것 역시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익숙함과 편안함에 취해 영영 회사를 그만두지 못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뒀다.

 

 


3. 퇴사 후 게스트하우스 준비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손님이 없을 때를 대비해,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발을 배웠다. 회사를 다니며 마케팅, 운영, 영업 관련된 일을 했는데 매번 기술의 중요성을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일보다 좋지만 눈에 보이는 유형의 일, 기술을 배워둬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개발은 훨씬 더 어려웠다. 세상에 쉬운 건 없었다.

 

개발을 배우면서 게스트하우스 청소 알바도 시작했다. 간간이 평소 관심 있던 몇몇 기업에 지원해 면접도 봤다. 당시에는 회사에 취업하게 된다면 게스트하우스 시작을 몇 년 뒤로 미뤄둘 생각도 했다. 막상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는데 망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남들은 회사에서 대리를 달고, 창업을 하고, 자신의 가게를 여는데 나 혼자만 제자리에서 고민만 하고 있었다. 정체되는 기분이었다.

 

다행히도 개발 교육이 끝날 때까지 운 좋게(?) 합격한 곳이 없었다. 취업보다 게스트하우스 창업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망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컸지만,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될 것이고, 망한다면 차라리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망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텝 생활을 시작했다. 쉬는 날에는 제주도 곳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이런 식으로도 게스트하우스가 될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수 있구나, 이 곳은 이 점이 좀 아쉽고 이 점은 괜찮았다 등 생각을 정리했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게스트하우스의 모습도 조금씩 구체화했다.

 

 


4. 강릉 주문진으로 이주

 

제주도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존재했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몇 년 뒤 다시 찾았을 때 사라졌거나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제주도의 물가는 비쌌다. 여행하기에는 좋지만, 생활하기에는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을 고민했다.

 

동해안에 있는 도시를 둘러봤다. 그러던 어느 날, 주문진에 왔다. 주문진은 관광지이지만 관광지 느낌이 나지 않는, 지역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느낌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주문진 읍내를 걷고 있는데 하늘에 뜬 무지개를 봤다. 마침 비가 많이 와 신발은 다 젖고, 몸은 천근만근이었는데 무지개를 보니 마음이 울컥 했다. 무지개를 보고 힘이 났다.

 

그렇게 주문진에 왔다. 모텔 달방을 끊고 주문진에 있는 동네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틈틈이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주문진에 정착한 뒤, 집을 구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집은 많았는데 정작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은 없었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해야하나, 내가 멋모르고 도전한게 아닐까, 다시 취업을 해야 하나 고민했었다. 거의 포기하려 할 때 쯤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집안을 고치고 청소하고, 침대를 조립했다. 계획은 평창 올림픽 전에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지 몇 달이 지났다. 때로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매월 말 줄어드는 통장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강다방은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언제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공부하고 배울 수 있었다.

 

잘 되건 안 되건, 성공하건 실패하건, 그 과정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했고 노력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싶다. 설사 잘 안되고 도중에 포기하더라도 지금의 경험이 나중에 또 다른 무언가를 할 때 큰 도움이 되어줄거니까.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무언가 시작을 앞두고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용기 내어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강다방이 용기를 내 주문진에 온 것처럼.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할 수 없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것이다.

 

 

 

지금처럼 현실을 묵묵히 걸어가세요. 동시에 언젠가 필요할 때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이상도 함께 품고 가세요. 아무도 당신에게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 채사장 <열한 계단> 중

 

정말 간절하게 음악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불확실한 자신의 재능만 보고 현실을 포기하는 사람이 간절한가, 아니면 현실을 챙겨가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멀리서부터라도 그 일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이 간절한가? 나는 ‘간절하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급하기만 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 김이나 <김이나의 작사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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