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교양] 유물멍, 국립중앙박물관 뉴스레터 필진
[미술 교양] 유물멍, 국립중앙박물관 뉴스레터 필진
제목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유물멍
저자 : 국립중앙박물관 뉴스레터 필진
펴낸곳 : 세종서적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284쪽
크기 : 128x188mm
가격 : 21,000원
발행일 : 2024년 12월 17일
ISBN : 978-89-8407-857-4 (03600)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와 관람객이 뽑은 최애 유물과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 골동품을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이 책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유물멍이 가능하다. 천년 넘게 자기 몸보다 큰 꽃을 짊어지고 있는 토끼(청자 칠보무늬 향로)를 보며 퇴근 후, 고단했던 하루를 위로받는 등 선조들의 애정과 지혜 담긴 유물이 여러분에게 많은 공감이 되어줄 수 있길 바란다.
내가 선택한 단 하나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잠들 때까지 우리는 물건에 에워싸여 삽니다. 그중 어떤 것은 쓰임이나 디자인, 혹은 내게 오기까지의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어 애착이 갑니다. 같은 것이어도 마음을 주면, 더는 똑같은 물건이 아니게 됩니다. 사물에는 사용한 이의 취향이 담기고 손길과 체취가 남습니다.
여기 한자리에 모인 물건은 한때 누군가의 애장품이었습니다. 박물관 큐레이터와 관람객이 뽑은 최애 유물은 우리 일상에 놓인 물건들처럼 각기 쓰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전 것에서도 지금의 우리를 비춰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백자 연적을 보며 물을 부으면 비로소 살아나는 작은 산에서 비 그친 후의 산안개를...
각이 잦아듭니다. 모닥불이나 숲,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고요해집니다. 잘 해내야겠다 다짐하면 몸에 긴장과 힘이 채워지지만, 돌아보면 몸에 힘을 뺄 때 더 잘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당신이 가까이 찾을 수 있는 곳에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공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제게는 박물관이 그런 곳이었습니다.
오래된 물건은 긴 시간을 여행해 우리에게 도착했습니다.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이 이 책에 담겼습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만 명에게는 만 가지 이야기가 있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습니다. 당신이 어느 계절에 있든 지금 내게 좋은 것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큰맘 먹지 않고도, 떠나지 않고도 여행하는 법이 박물관에 있습니다. 오늘 내게 좋을 것을 찾는 마음으로 조금 천천히 책장을 넘겨보세요. 박물관에서 나만의 최애를 찾기를 바랍니다.
토끼 세 마리
칠보무늬를 엮어 만든 둥근 공, 화사하게 피어난 연꽃받침, 그 아래 조그마한 토끼 세 마리들까지 푸른빛 생기를 머금었어요. 향로를 볼 때마다, 제 몸보다도 큰 꽃을 짊어진 토끼들에게 눈길이 머물러요. 천 년이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쉬고 싶을 텐데 힘든 내색도 없이 앉아 있네요. 씩씩하고 믿음직한 토끼 세 마리.
이지호(구독자)
민초단의 전화위복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사랑하는 민초단 지윤이는 박물관 속 수많은 문화재 중에서 민트빛 고려청자를 선택했어요.
"사실 그림을 망쳤다고 생각했어요. 배경 초록색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서요. 그래서 상을 받게 됐을 때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그 사연을 모르는 지윤이 할아버지께서는 오히려 그 짙은 초록색 덕분에 그림이 한층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칭찬하셨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볼 때는 망친 것 같아 보여도, 일단은 좀 기다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백지윤(서울 방일초)의 말 옮김
각자의 계절
연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여름 연못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청자 완(찻그릇)입니다. 푸른 색감도 아름답지만, 볼록하게 새긴 무늬도 자세히 볼수록 참 귀여워요. 고요한 곳에서 피어난 연꽃 사이로 동자들이 놀고 있네요. 연잎을 모아 우산처럼 들기도 하고, 연잎 위로 미끄럼을 타기도 합니다. 아직 피지 않은 연꽃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 같은 모습도 있고요. 제각기 여름 한때를 즐기는 동자들처럼, 이 계절을 각자의 방식으로 만끽해 보시지요.
정민희(서울 중계동)
깊은 바닷속에서
먼 옛날, 청자 여인모양 촛대를 만든 중국의 장인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겁니다. 자신이 만든 이 여인이 뜨거운 불을 드는 대신 차가운 바닷속에서 수백 년을 지내리라는 것과,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탔지만 한국의 박물관에 정착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어쩌면 이 여인처럼 상상도 못 했던 장소에 가서 생각지 못한 일을 하게 될는지도 모르죠. 예측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간 인생이 힘겨웠는지, 아니면 모험처럼 즐거웠는지 여인에게 묻고 싶어지네요.
이현지 (일러스트레이터)
달항아리 속에는 완벽하게 둥글지도, 완벽하게 하얗지도 않은 백자 항아리 저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달항아리 앞에 서면 자꾸만 까치발을 들고 싶어집니다. 안을 잘 들여다보면 무언가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보름달 속에서 하염없이 토끼를 찾던 어린 시절처럼요.
이성용(청년멘토)
무심함이 주는 감동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어도 마음에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버스를 마냥 기다리던 겨울날의 정류장, 길거리에서 마주친 어떤 이의 눈빛 같은 것들 말이죠. 박물관에서 만난 이 대접도 그렇습니다.
넉넉하게 벌어진 몸통 위로 넓적한 붓이 거침없이 내달린 것이다 하얀 옷을 입은 완전한 대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꽉 차도록 당당할 수 있음은 무심함의 경지로 그릇을 받 장인의 마음 덕분임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김남수(서울 강남구)
귀한 것 안의 귀한 것
제가 어린 시절 집에 있던 자개장에는 나무와 바위 위로 온갖 새들이 날아다니는 광경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오묘한 빛은 신기했지만, 옻칠의 냄새는 싫었습니다. '저런 냄새나는 것이 왜 집에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나전칠기가 경전을 담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을 알았을 때, 새삼 이걸 만든 고려시대 사람들의 마음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귀한 것 안에 더욱 귀한 것을 담는 그 지극한 마음 말입니다.
박진원(사업가)
행복을 층층이
발걸음이 가는 대로 여행하다 보면 그 지역의 맛있는 특산물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조선시대의 여행자들은 찬합을 지니고 다녀야 했다고 해요. 어쩌면 그 찬합 1층에는 윤기 나는 여주 쌀로 지은 밥이 잠을 자고, 2층에는 울진 송이버섯 볶음이 춤을 추고, 3층에는 정선 찰옥수수가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 시절의 사람들은 무엇을 먹으며 여행을 음미했을까요?
백채림(서울 중림동)
귀한 것과 흔한 것
투루판 지역 무덤에서 발견된 당나라 여인 인형입니다. 발그레하게 칠한 볼과 풍성한 올림머리는 모두 수도 장안의 유행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팔뚝에 보이는 까만 글씨는 무엇일까요? 이 인형 팔은 관청의 문서를 재활용한 것입니다. 당시 이곳 사람들은 종이를 무척 귀하게 여겨, 한 번 쓴 종이도 귀중한 물건의 재료로 삼았습니다. 종이가 너무나 흔해진 오늘날에는 신기한 일이지요. 박물관에서 이 인형을 보고 나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귀한 것들을 옛사람들의 눈으로 보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권영우(학예연구사)
토우에 담긴 마음
어린 시절, 꼬마 고고학자를 자처하던 저는 토우가 신라시대의 장난감이라 여겼습니다. 토우의 단순한 형태가 작은 손으로 오밀조밀 빚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토우의 솔직한 표정과 몸짓에는 행복을 비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투박한 모양새와 움푹한 손자국을 볼 때면 내세에도 풍요와 다산이라는 신라 사람들의 소망을 엿보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기원을 통해 행복을 바라고 있을까요?
이채영(청년멘토)
신라시대 걱정인형
어부바를 한 듯 귀여운 자세와 익살스러운 미소. 이 토우를 보고 과테말라에서 아이의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게 베게 밑에 놓아두는 걱정인형이 떠올랐습니다. 이것을 무덤 속에 넣은 사람들도 그런 마음 아니었을까요? 흙으로 빚은 이 작은 인형은 죽은 이가 저승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모든 걱정을 사라지게 해주는 마지막 선물이었을지 모릅니다. 걱정이 쌓일 때면 이 빙긋 웃는 토우 사진을 바라봅니다.
토우야, 내 걱정 모두 가져가줘!
최윤영(고양 장항동)
조상님들의 밥심
밥은 예로부터 한국인에게 중요한 먹거리이고, 지금도 '밥심'이란 말은 힘의 원천을 상징합니다. 그렇다면 옛사람들은 밥을 얼마나 먹었을까요? 조선시대 청동 밥그릇은 보통 높이 8~9cm, 입지름 15~17cm 정도인데요. 부피로 환산하면 1,700ml 정도입니다. 현대인의 밥 한 공기가 대략 350ml가 된다고 하니 조상님들은 한 끼에 다섯 그릇을 뚝딱 하신 셈이네요. 정말 밥심이 대단했겠지요?
성재현(학예연구관)
어두워도 씩씩하게
독서실 칸막이 아래서 시험 준비를 하다 보면, 문득 이 좁은 자리가 내 무덤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찾아오는 날엔 무령왕릉 진묘수 사진을 찾아봅니다. 겉모습은 아담하고 귀엽지만, 어둠 속 제일 앞에서 왕릉을 지킨 진묘수. 아직은 아니지만, 저도 언젠가 세상에 멋지고 늠름한 모습으로 발견될 날을 상상합니다. 진묘수의 고독에 비하면 젊은 날 고생쯤이야 사서도 할 수 있어요. '나는 발효의 민족, 묵을수록 더 강해지는 대한민국의 취준생이다' 다짐하면서, 집으로 가는 깜깜한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곤 합니다.
김예린(서울 녹번동)
작은 그림 속 큰 세계
고등학교 1학년 때, 박물관에 와서 이 그림을 실물로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기대와 달리, 손바닥 두 개만 한 작은 그림이라 헛웃음을 짓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 작은 화면 속에 이토록 큰 세계가 담겨 있다니요. 그림 속 인물이 응시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세상의 삼라만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때로부터 45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 이 그림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직접 보지 않고 겉만 대충 보아서는 사람이나 일에 담긴 진정한 크기를 알기 어려울 때가 많아서지요. '오늘 하루 나는 작은 그림을 볼 것인가, 그 안의 큰 세계를 볼 것인가?' 새로운 아침을 열며 생각에 잠겨 봅니다.
강정완(변호사)
강다방 이야기공장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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