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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소설] 꿈결에 돌아본, 양남규

강다방 2024. 7. 18. 12:03

 

 

 

 

 

독립출판물, 소설
꿈결에 돌아본 - 소년의 비밀 일기장 :중단편 소설집, 양남규


독립출판계에서 귀한 소설책. 판타지 같기도하고 스릴러 같기도 하고... 장르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는 없지만, 몽환적이었고 술술 읽혀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특히 매 소설로 들어가는 첫 장에 옛날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보는 재미도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어렸을 적이 떠올라 소설을 읽으면서 과거로 여행할 수 있었던 책.



제목 : 꿈결에 돌아본 - 소년의 비밀 일기장 :중단편 소설집
저자 : 양남규
펴낸곳 : 인디펍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77쪽
크기 : 128x182mm
가격 : 13,800원
발행일 : 2024년 1월 12일
ISBN : 979-11-6756-525-9 (03810)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r.yang__raconteur/

 

 

 

 

 

 

어릴 때부터 영화를 보면
파리가 입에 들어가도 모르는
씨네필 아이였고
수학 여행에 혼자서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다녔고
미술 시간에는 항상 집중하던
예술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어느새 영화 리뷰를 인스타에 올리며
흑백 필카를 들고 다니고
유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로 자랐다.

 

 

 

 

 

 

들어가며

드디어 만났다. 당신이 나를 선택해 주길 오랜 시간 기다렸다. 좁은 책장 사이에서 티끌을 삼키며, 운명의 주사위를 굴려 인연들이 만든 기나긴 실타래 사이에서 당신과 만나길 기도했다.

난 상상 속에서 발버둥 치다 글자로 가꾸어져 당신에게 읽어지므로 완성됐다. 설령 아무도 이 소설의 비밀을 들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을 만나기 위해 불투명한 종이 위에 내 마음과 영혼을 깃들였다.

 

 

 

 

 


몇 번이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을 만나서 기쁘다.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고민거리나, 괴로움, 수치심을 잊길 바란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날의 진실, 들리지 않을 꿈, 보이지 않을 어둠과 빛을 이 책에 담았다.

앞서 설명한 내용을 몰라도 서서 또는 앉아서 단숨에 읽히길 기대하며 책을 만들었다. 독립서점, 대형 서점, 먼지 쌓인 중고 책방, 이름 모를 여행지에서 이 책이 들리길 원한다. 우리를 둘러싼 공간 너머에서 창작의 희락이 전해지 길 기도한다.

이제 시작할 각기 다른 여덟 가지 이야기는 모두 기억 파편들 사이에서 가져왔다. 자전적인 에세이라고 생각된다면 감사하다.

이야기를 읽어가며 당신은 혼자 놀기에 익숙했던 시골 소년과 만날 것이다. 현재보다 미래를 그리며,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던 소년. 이제 소년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즐겁고 기묘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차례

밤을 새리라 P.10-33
안개 P.34-55
식당 대첩 P.56-73
성주산 도깨비 P. 74-105
하굣길 P. 106-123
지네와 자전거 도둑 P124-137
사라진 나의 2학년 P. 138-149
잉어 P. 150-169
수요일 P. 170-79

 

 

 

 

 

 


모두를 속였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여 집으로 위풍당당하게 돌아왔다. 비상식량은 이층 침대에 나누어 숨겨두었다. 단, 눈속임을 위한 과자 세 봉지만 거실에 배치해 두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저녁 8시가 되자 부모님이 돌아오시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나와 동생이 제일 반기던 소리이자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작이었다. 얼어붙기 시작하는 거실 창문을 힘겹게 열자 이미 얼어붙은 엄마, 아빠가 대문을 잠그고...

 

 

 

 

 


꺼내 읽기 시작했다. 만화책도 재미가 없어지자 큰삼촌이 사준 변신 로봇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한참을 상상 속 세계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열린 문을 안 닫았는지, 내 행동이 의문이었다. 문을 닫으려고 일어나자 나는 고 목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발의 검은 머리를 하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옷에는 금색과 붉은색, 파란색 자수들이 꽃 모양으로 박혀 있었다. 처음에는 기어코 사달이 났다고 생각했다. '안개 너머에서 귀신이 등장했구나. 인제 어쩌지...

 

 

 

 

 

 

 

"고마워. 너도 참 멋진 것 같아."

중학생 꼬맹이가 할 수 있는 로맨틱한 멘트의 최대치가 이 정도였다. 앵두 입술 친구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맨발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저녁 5시 58분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소녀는 자리에 없었다. 그녀는 벌써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이유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어?"

신발이 없는 소녀는 대답하지 않고 현관문을 넘었다.

 

 

 

 

 

 


투명한 창 하나로 이렇게 다른 세상이 만들어진다.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들 천둥 번개가 휘몰아치는 날이면 할머니가 나에게 들려주신 이야기가 떠오른다. 할머니는 확신에 차신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푸른 도깨비가 나를 구해줬지. 아빠가 어디서 돌아가셨는지도 알려줬어."

할머니는 언제나 같은 말씀을 하셨다. 그날도 하늘에서 섬광과 불꽃이 춤을 추던 날이었다.

*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쉴 새 없이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한창 국민학교를 다녔을, 어린 소녀였던 할머니는 처마 아래에서 폭풍이 지나가길 산신령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살고 있던 초가집 맞은편에는 착한 도깨비가 살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성주산이 있었다.

 

 

 

 

 

그만큼 지쳐 있었다.

다음 날 우린 태연하게 만나 행동했다. 아이들의 놀림은 오히려 재밌었다. 곧 방학이 다가오면 다들 잊어버릴 해프닝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방학식 날에도 윤지에게 다가가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사랑을 깨닫기엔 너무나 어린아이였고, 조심스러웠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 뒤로 윤지를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초등학교는 많은 아이들을 수용할 수 없어 학년이 올라가자 절반의 학생들을 새로 창립된 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대로 본래 학교에 다녔고, 그녀는 아파트 단지 옆의 신규 학교로 떠났다.

우연인지 바람인지 우린 그렇게 갈라졌다. 바람처럼 사라진 시간이지만 아직도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날이면 하굣길의 바람 냄새와 그녀의 따뜻한 손길이 떠오른다.

 

 

 

 

 

 


지네는 몸 안에 독을 품고 있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벌레다.
경제가 무너지자
악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급속도로 많아졌다.

 

 

 

 

 

 

 


새벽 2시 54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고 4년 정도가 지난 날이었다. 오랜만에 옛날 꿈을 꾸었다. 집필 중인 소설에 대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몇 가지 기억을 메모장에 휘갈겼다. 하지만 마지막 이 '수요일'만큼은 허구적인 요소를 최소한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다.

누구나 어린 날의 소중한 추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테니. 내가 수요일을 기다린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하루를 기다리길 바란다. 아니면 그런 하루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

몽글한 기억은 특별한 순간보다 힘든 고난과 그것을 알고 있는 안타까움에서 피어난다. 나에게 수요일은 짧은 행복이자 작은 슬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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