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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사 창업 운영/취미는 없고 특기는 돈 안 되는 일 51

도망치는 삶과 버티는 삶

사진: Unsplash의Clint Patterson 도망치는 삶과 버티는 삶 회사를 다닐 때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람 가득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한 뒤, 심야 할증이 붙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때 문득, 나의 미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잘 해봐야 늦은 밤까지 눈이 충혈된 상태로 일하고 있는 선배가 되겠구나. 내 미래가 그런 모습이 되지 않길 바랬다. 그래서 약 2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나왔다. 학교를 다닐 때도 휴학을 많이 했다. 군대에 가기 위해 휴학을 했고, 제대 후에는 워킹홀리데이를 핑계로 한 번 더 휴학했다. 그래서 내 대학 생활은 하나로 쭉 이어진 기억이 아니라 중간중간이 끊겨있다. 당시에는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쭉 학교를 다니다 졸업하는 친구들을 보고 따분하고..

돈의 슬픔과 기쁨

사진: Unsplash의Brett Jordan 돈의 슬픔과 기쁨 그날은 유독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마다 밝게 인사를 받아줬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꼭 무언가를 구매했고 매출도 평소보다 높았다. 그래서 신이 났고 즐거웠다. 반면 어떤 날은 유독 손님들의 반응이 냉담할 때가 있다.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계속해서 인사가 씹히고, 어떤 손님은 화장실만 사용하고 나갔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럴 때는 손님들을 따라 냉담해지고 날카로워진다. 통장 잔고가 넉넉하다면 나는 조금 더 여유로울 수 있을까?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오후 1시가 넘어 겨우 도시락을 열었는데 한두 숟가락을 뜨고 난 뒤에 또 다시 손님이 들어왔다. 어쩌다보니 밥 한 숟가락을 뜬 뒤, 한 시간, 두 시간이 넘어 점심을 ..

다정함을 잃지 않기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 아침으로 맥모닝을 먹고, 점심으로는 돈까스를 먹었다. 뱃속과 혈관을 기름으로 채웠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평소 가보려 했던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오늘은 쉬는 날인데 책방에 출근해 내일 다시 시작될 한 주의 영업 준비를 했다. 손님이 들어왔다. 꽤 오랜 시간 매장을 구경하셔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 했지만, 든든한 배 때문인지 혈관에 돌고 있는 기름 때문인지 기분이 좋다. 창문 너머로는 일기 예보에 없던 눈발이 날렸다. 예상치 못한 눈발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기차를 타고 전국을 한 바퀴 도는 여행한 적이 있다. 그 때도 기차 창문 밖으로 눈이 내렸다. 여행은 강원도에서 시작해 서울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모두 거쳐가는..

인간에 대한 예의

Photo by Andrew Spencer on Unsplash 인간에 대한 예의 강릉의 인구는 약 21만명이지만, 한 해 관광객 수는 인구의 150만배가 되는 약 3,000만명을 넘는다. 특히 3,000만 관광객은 여름 휴가철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한적했던 강다방 이야기공장도 성수기 때문인지, 입소문이 퍼져서인지 최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손님이 늘다 보니 전보다 마음은 좋아졌지만, 몸이 힘들어지는 걸 느낀다. 특히 혼자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니 점심과 저녁을 모두 가게에서 해결하게 되는데, 밥을 먹다 손님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잠시 손님을 응대하고 손님이 나간 뒤 다시 밥을 먹을 먹다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면, 밥을 먹었지만 먹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맛있는 걸 먹는 게 유일한 낙..

쉬어가는 시간

Photo by Wonderlane on Unsplash 쉬어가는 시간 한동안 꽤 바빴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좋게 좋게 이야기해주셔서인지 최근 손님들이 부쩍 많이 늘었다 (기분 탓인가...) 매달 적자가 나고 존폐를 걱정하다 드디어 흑자 전환을 한 느낌이다. 물론 아직 지난달 정산을 하지 않아 정확한 매출을 보지 않은 상태다. 정산을 하고 나면 한동안 기운이 축 쳐질 걸 알기에 정산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 마음의 각오를 하고 오늘은 지난달 매출 정산을 정리해봐야겠다. 잠시 여유가 생겨 매장 내부를 재단장 했다. 기존에는 책과 상품 소개에 창작자의 인스타그램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있었다. 그런데 QR코드를 스캔하는 사람들이 적었고, 오히려 책과 상품을 가리는 등 자리를 차지해 QR코드를 빼버렸..

일희일비

Photo by Lisheng Chang on Unsplash 일희일비 간만에 쓰는 일기. 강다방에 나와 일을 하고 있는데 문득 일기를 안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처음 마음 먹은 것과 달리 이제는 일주일마다 일기 쓰는 건 어려운 일임을 인정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 괴로워했겠지만, 이제는 그러려니한다. 마음이 좀 여유로워졌달까. 이렇게 한 번씩 생각날 때만이라도 일기 쓰는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로봇이나 기계가 아닌 이상 사람의 마음과 상황은 변한다. 하물며 기계도 시간이 지나면서 고장이 나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초심 잃은 강다방의 변명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리듬이 있다. 그리고 자영업을 하는 ..

자영업자의 휴일

Photo by Johan Godínez on Unsplash 자영업자의 휴일 자영업자들은 휴일에 뭘 할까? '자기가 열고 싶을 때 열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의 휴일은 마냥 단순(?)하지만은 않다. 강다방은 오늘 쉬는 날을 맞이하여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일어난 뒤에도 침대에서 계속 뒹굴거리며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에 퇴근하기 때문에 요리할 시간이 없는데, 기분도 전환할 겸 직접 요리를 해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평소 못했던 청소를 하고 깨작 운동을 하고 다시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오후가 되어서는 빈둥빈둥거리다 강다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영업하는 날은 아니지만 평소에 못 했던 에어컨을 청소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이..

손님을 부르는 주문

Photo by Jay Wennington on Unsplash 손님을 부르는 주문 자영업자들에게는 손님을 부르는 비장의 주문이 있다. 밥을 먹는 것. 밥을 먹는 순간, 어디선가 손님이 등장한다. 입에 음식물이 든 채로 삼키지도 씹지도 못 한 채 우물거리며 손님을 응대한다. 그래서 강다방은 오늘도 손님을 기다리며(?) 매장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에 들어섰을 때, 무언가를 먹고 있는 강다방을 발견해도 당황하지 마시길 바란다. 끼니를 거르며 일 하고 있는 모든 자영업자들 화이팅!

난 가끔 계산을 틀린다

Photo by Dan Dennis on Unsplash 난 가끔 계산을 틀린다 난... 가끔... 계산을 틀린다... 가끔은 계산을 틀리는 내가 참 별루다... 그래도... 매출이 생겼다는건... 좋은거야... 매출이 없는 것보다는 나은거잖아... ^^ 강다방 이야기공장은 종종 계산을 잘못해 받아야 하는 금액보다 더 적은 돈을 받는 경우가 있다. 매번 나는 바보구나 자책해보지만, 매번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걸 느끼고 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에 방문해 책과 강릉 기념품도 구매하고 의문의(?) 할인도 받아보자.

시작과 끝

Photo by Erik Mclean on Unsplash 시작과 끝 강다방 이야기공장 매장 앞에는 요양병원이 있다. 그래서인지 종종 흰 천을 덮은 간이 침대가 병원 앞을 들락거린다. 처음에는 간이 침대가 옮겨지는 차량이 뭔가 싶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차량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로 젊은 여행자들이다.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다들 밝고 활기차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강다방 역시 밝아진다. 출근 길, 병원 앞에 서있는 차를 지나쳤다. 간이 침대를 싣기 위해 차량 문을 열어 놓아 내부가 보였다. 여행 온 사람들, 일 때문에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해 사람들로 북적이는 희망이 넘치는 장소에 동시에 삶을 마무리하는 장소가 있었다. 삶과 죽음은 항상 공존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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