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방 이야기공장/공장 소개 · 예약 · 위치

강다방 이야기공장 3층 공간에 대한 이야기

강다방 2025. 10. 6. 12:38

 

 

 

 

강다방 이야기공장 3층 공간에 대한 이야기


서울에 있는 어떤 공간에 간 적이 있다. 문 앞에 공간을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고민, 공간의 컨셉, 공간의 존재 이유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나도 내 공간에 이런 이야기를 적어야겠다고 다짐했다. 1층에서 책방을 운영할 때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협소한 공간이었다. 가뜩이나 작은 공간인데 이것저것 채우기 급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과 물건이 계속 늘어났다.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하는데 비우는 걸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5-6명만 들어와도 공간이 꽉 찼고, 이동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입장을 기다리다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래서 3층이 나왔을 때, 이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더 많은 시간과 비용,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고민했다.

서점은 카페처럼 방문하는 이들이 모두가 책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편의점처럼 체류시간이 짧지도 않다. 서점 안에 사람은 바글바글 하지만 실제 구매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공간은 유지되기 어렵다. 3층을 얻었다고 하니 주변에서 책은 돈이 되지 않으니 커피 등 음료를 팔아야 한다, 공유 오피스나 만화방, 예약제 등 자리별 금액을 받아라 등 많은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커피를 팔게 되면 책방 안에 비치된 책이 쉽게 손상된다. 음료가 주가 되는 공간이 아닌 책이 주가 되는 공간이 되고 싶었다. 입장료나 시간제로 비용을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아직까지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이처럼 책방의 한계와 문제는 알고 있는데 그걸 해결할 만한 마땅한 방법은 아직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용기 내어본다.

가능한 인테리어에는 힘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내 소유도 아닌 공간을, 보여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게 맞는지 싶었다. 오히려 이 공간에 축적된, 오래된 것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나면 낡고 고장 난다. 하지만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이 세진다. 이 공간이 사라져도 이야기가 남아있다면 강다방이 어딘가에서 이어지고 계속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공간이 되고 싶은지도 고민했다. 카페로 치면 스타벅스가 될 것인가 개인의 취향을 담은 공간이 될 것인가. 스타벅스처럼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은 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는 개인의 취향을 담은 공간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 음식점으로 치면 고급 식당(파인 다이닝)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는 푸짐한 백반집, 숙박업으로 치면 호텔이나 펜션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우연히 마주치고 교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되고 싶었다.

다시 공간으로 돌아와 이야기하면, 건물도 사람처럼 나이가 있다. 이 건물의 생일, 준공일자는 1985년 8월 15일 광복절이다. 광복(光復)이라는 좋은 의미를 담아 준공일을 정한 게 아닐까 싶다. 같은 해 서울 여의도에서는 63스퀘어(63빌딩)이 영업을 시작했다. 1층 철물점 사장님 말로는 이 건물을 지은 주인이 변호사였고, 1-2층은 세 주고, 3층은 자신이 살기 위해 튼튼하게 지었다고 이야기했다. 가정집이었던 3층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매장으로 바뀌었고, 다시 교회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강다방 이야기공장이라는 책방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다방이 이 공간에 얼마나 오래 있을진 모르겠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처럼 언젠가 이 공간을 떠나게 될 것이고, 강다방이라는 이름도 사라질 것이다.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찰나의 시간이지만 유한한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니 애틋한 기분이 든다. 부디 보이는 것 너머, 이 공간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도 당신에게 전해지고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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